김은선 부회장의 '센스'…보령제약 로고 숨긴 운동복 선물

보령제약 임직원 850여명은 최근 회사로부터 운동복을 한 벌씩 지급받았다. 올 상반기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김은선 부회장이 한턱 쏜 것.김 부회장은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맏딸로,아버지를 도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운동복을 집어든 임직원들은 김 부회장의 여성답지 않게 통 큰 '스케일'에 깜짝 놀랐다. 한 벌에 20만원을 호가하는 아디다스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단체 구입에 따른 할인을 감안해도 1억원 이상을 '임직원 기 살리기'에 쓴 셈.제약업계에서 임직원 선물용으로 이렇게 값비싼 제품을 지급하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임직원들이 더 놀란 것은 김 부회장의 '센스'였다. 회사 로고인 'BORYUNG'을 운동복 상의의 옷깃이 접히는 곳에 새겨 넣어 옷깃을 내리면 로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슴 또는 등 부위에 로고를 새기면 대다수 임직원들이 평상시 착용을 꺼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잘 보이는 곳에 회사 로고를 새기는 것이 '주는 사람'의 생색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반영한 결과라면 안 보이는 곳에 로고를 새긴 것은 실제 운동복을 사용하는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임직원 선물용으로 고급 운동복으로 고른 것이나 회사 로고를 숨긴 것 모두 김 부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며 "'모든 일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김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임직원 선물을 고를 때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다음 달 1일에는 보령메디앙스 등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 임직원 1500여명에게 휴가비 명목으로 빳빳한 1만원짜리 신권 30장씩이 든 현금봉투를 편지와 함께 지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간편하게 계좌이체를 이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김 부회장은 '선물에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며 현금을 고집했다"며 "세심한 것까지 배려하는 여성 특유의 '감성경영'에 많은 임직원들이 감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