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기업 '소통' 실패 때문에…루소 CEO 사의 표명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 탄생의 주역이었던 패트리샤 루소 최고경영자(CEOㆍ56)가 경영 실패를 책임지고 결국 물러난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29일 알카텔-루슨트의 세르주 튀뤽 회장과 루소 CEO가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튀뤽 회장은 10월1일,루소 CEO는 연말에 사임할 예정이다. 미국의 루슨트와 프랑스의 알카텔이 2006년 11월 합병해 탄생한 알카텔-루슨트는 합병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손실은 11억유로(17억달러)에 달했다. 주가는 프랑스 증시에서 지난해 60% 이상 추락했다. 주주들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CEO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사퇴는 표면적으로는 실적 부진 때문이지만 그 바탕에는 알카텔과 루슨트의 기업 문화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루소의 리더십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루소의 실패는 취임 때부터 예견됐다. 노무라증권 런던 지사의 리처드 윈저 애널리스트는 "합병 회사의 새 CEO는 당초 프랑스인일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새 CEO는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고 회사를 하나로 통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인인 루소는 알카텔-루슨트의 공식 언어가 영어라는 이유로 프랑스어를 배우라는 측근들의 권고를 거절하며 프랑스인 직원들과 어긋나버렸다. 조직 내 의사소통이 안 되자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해졌다. 루소는 유선통신에서 인터넷 중심으로 변화하는 통신시장의 흐름도 읽지 못했다.

루소는 루슨트의 설립에 기여한 뒤 이스트만 코닥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2년 다시 루슨트로 돌아와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후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