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친디아의 힘'! … DDA협상서 中 · 印공조 파워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2001년 이후 7년을 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각료 회의가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개도국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도국 긴급 수입관세'(SSM) 발동 요건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인도는 수입 증가율이 이전 3년간 평균 물량의 10%만 넘으면 SSM을 발동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기존 40%선에서 완강하게 버텼다. 이때 조용한 행보를 취했던 중국이 막판 인도 측에 가세했다. 협상은 미국.유럽연합(EU)과 친디아(중국+인도)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졌고 결국 파국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DDA 협상 결렬은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의 '경제적 파워'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와 중국이 국제 협상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기존 국제 통상 질서를 이끌어온 미국과 EU를 좌절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일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제 무역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중국이 목소리를 키운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전직 WTO 관리였던 헨리 가오는 "중국의 선택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고 개도국 편에 서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제 무역 협상의 리더십이 다극화된 데다 WTO의 위상도 타격을 입어 향후 협상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결렬 사태의 핵심 당사자들인 미국과 인도 대표들은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며 '면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제네바 WTO 사무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슈들을 나눠서 협상하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은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말 나스 인도 상업장관도 "DDA 협상에는 아프리카 친구들과 최빈개도국(LDCs)의 많은 이익이 걸려 있다"며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를 완전한 결렬이 아니라,일시적 중단으로 다루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