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다시 고환율정책을 말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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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ㆍ경영학 >
1996년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적자는 23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무후무한 최대의 적자 기록으로서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2%수준에 달했다. 경상수지적자가 GDP 대비 5%에 이르는 것을 위험수준으로 보는 IMF의 기준에 비춰봐도 긴장할 만했고 당연히 원화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과 관광서비스 적자를 줄일 만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환율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이유로 환율을 무리하게 방어하느라 외환보유고가 자꾸 줄었고 한은은 심지어 선물환시장에까지 개입해 환율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그해 여름 기아 부도사태가 터지면서 참담한 결과가 이어졌다.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12월께 환율은 달러당 200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환율 방어에 급급했던 당국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환율이 상승하자 1998년 경상수지는 무려 4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1998년 말 신용평가사들은 투기등급까지 내렸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다시 투자등급으로 올려주었다. 외환위기는 이렇게 경상수지 악화에서 시작돼 경상수지 개선을 통해 극복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적자인 해가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우리경제에 경상수지 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2500억달러에 이르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지적도 있지만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냐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유가 있다는 지적과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교차한다. 게다가 자산디플레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도 신경써야 할 주제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전형적인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다. 금리 인상으로 잡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금리상승과 관련해 걱정해야 할 것은 23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 상승이 담보대출의 이자상환부담을 늘리면서 이미 취약한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면 부동산과 주식의 동반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방어까지 실패한다면 경제는 엉망이 된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 절상기조를 수정하면서 물가만이 아닌 수출증대에 나선 것도 주목해야 한다.
1997년 위기 당시 미국은 IMF를 통해 달러를 지원하고 외평채 발행을 도와주었으며 저금리를 통해 수지흑자를 간접 지원해 우리 경제에 난 불을 꺼주는 소방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소방서에 불이 난 상태다. 따라서 만일 이 상황에서 우리경제에 외환부족현상이나 달러 자금 경색이 오면 이는 말 그대로 대형사고다. 선뜻 나서서 불을 꺼 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정부가 수지방어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실행한 것을 놓고 서민을 도외시했다는 둥 수출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둥 하며 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물가상승이 고통스럽기는 하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고통에 견줄 바는 아니다. 위기가 오면 서민과 자영업자부터 무너진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방어를 통해 위기가능성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서민경제에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수출은 대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중소기업들도 많이 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벌어다 외환시장에 내다파는 달러는 최근 달러자금 경색 국면에서 우리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방어를 위해서는 이들 수출기업이 달러를 더 벌어올 수 있도록 오히려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미리미리 홍보해야 한다. 물가안정만 내세우면서 무리한 환율방어를 하다가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10년 전의 기억을 잘 더듬고 경험이 전해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1996년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적자는 23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무후무한 최대의 적자 기록으로서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2%수준에 달했다. 경상수지적자가 GDP 대비 5%에 이르는 것을 위험수준으로 보는 IMF의 기준에 비춰봐도 긴장할 만했고 당연히 원화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과 관광서비스 적자를 줄일 만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환율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이유로 환율을 무리하게 방어하느라 외환보유고가 자꾸 줄었고 한은은 심지어 선물환시장에까지 개입해 환율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그해 여름 기아 부도사태가 터지면서 참담한 결과가 이어졌다.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12월께 환율은 달러당 200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환율 방어에 급급했던 당국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환율이 상승하자 1998년 경상수지는 무려 4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1998년 말 신용평가사들은 투기등급까지 내렸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다시 투자등급으로 올려주었다. 외환위기는 이렇게 경상수지 악화에서 시작돼 경상수지 개선을 통해 극복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적자인 해가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우리경제에 경상수지 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2500억달러에 이르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지적도 있지만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냐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유가 있다는 지적과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교차한다. 게다가 자산디플레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도 신경써야 할 주제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전형적인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다. 금리 인상으로 잡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금리상승과 관련해 걱정해야 할 것은 23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 상승이 담보대출의 이자상환부담을 늘리면서 이미 취약한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면 부동산과 주식의 동반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방어까지 실패한다면 경제는 엉망이 된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 절상기조를 수정하면서 물가만이 아닌 수출증대에 나선 것도 주목해야 한다.
1997년 위기 당시 미국은 IMF를 통해 달러를 지원하고 외평채 발행을 도와주었으며 저금리를 통해 수지흑자를 간접 지원해 우리 경제에 난 불을 꺼주는 소방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소방서에 불이 난 상태다. 따라서 만일 이 상황에서 우리경제에 외환부족현상이나 달러 자금 경색이 오면 이는 말 그대로 대형사고다. 선뜻 나서서 불을 꺼 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정부가 수지방어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실행한 것을 놓고 서민을 도외시했다는 둥 수출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둥 하며 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물가상승이 고통스럽기는 하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고통에 견줄 바는 아니다. 위기가 오면 서민과 자영업자부터 무너진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방어를 통해 위기가능성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서민경제에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수출은 대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중소기업들도 많이 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벌어다 외환시장에 내다파는 달러는 최근 달러자금 경색 국면에서 우리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방어를 위해서는 이들 수출기업이 달러를 더 벌어올 수 있도록 오히려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미리미리 홍보해야 한다. 물가안정만 내세우면서 무리한 환율방어를 하다가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10년 전의 기억을 잘 더듬고 경험이 전해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