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후쿠다 정권의 한계

'내각 지지 횡보 24%.' 일본의 유력 언론 아사히신문의 3일자 조간 머릿기사 제목이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지난 2일 단행한 개각 직후 전화설문을 통해 조사된 지지율은 24%로 개각 이전인 7월 중순 때 결과(24%)와 똑같았다.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큰 맘먹고 단행한 대폭 개각이었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 예고된 것이다. 이번 개각이 각료 17명 중 13명을 바꾸고,당 4역 중 3명을 경질하는 등 폭은 컸지만 참신성은 떨어졌다. 우선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과 외무ㆍ총무ㆍ후생노동상은 유임됐다. 새로 기용된 재무(이부키 분메이 당 간사장)ㆍ경제산업(니카이 도시히로 당 총무회장)ㆍ국토교통(다니가키 사다카즈 당 정조회장)상은 모두 파벌 수장들이자 직전에 당 4역이었던 사람들이다.

규제개혁을 추진할 경제재정담당상에도 요사노 가오루 전 관방장관을 임명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를 받았다. 당 4역도 한때 정치적 라이벌로 극우파인 아소 다로 간사장을 임명한 게 눈에 띌 뿐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나이 70대의 당 원로급들이다. 그 결과 새 내각의 평균 연령은 62세로 직전(60.2세)에 비해 두 살이나 많아졌다.

후쿠다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각 파벌의 수장들을 고루 등용하고,'그때 그사람'들을 다시 기용한 건 이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번 인사에 대해 '후쿠다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지만,사실 이번 인사야말로 가장 '후쿠다 다운' 인사였다. 후쿠다 총리는 그동안 '개혁도 수구도 아닌' 무색무취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작년 9월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지난달 홋카이도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주최한 것과,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란 주장을 담는 걸 추인한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출범 당시 60%에 달했던 인기가 20%대로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기부양용 개각'이 자칫 '몰락 재촉용 개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