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에코 혁명' …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현장

일관제철소, 쇳가루 안날리는 저장고 건설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현장… 쇳가루 안날리는 저장고 건설

원료손실 막고 환경오염 차단원료를 실내에 보관하는 제철소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추가적인 건설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제철소는 맨땅에 원재료를 부려 놓고 퍼다 쓰는 방식을 사용했다. 비가 와서 철광석과 석탄이 주변 하천으로 흘러가거나 바람이 불어 인근 주택가로 오염물질이 날아갈 우려가 높았다.

현대제철은 '밀폐형 저장고'라는 아이디어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저장고는 원형과 선형 두 가지로 나뉜다. 5개의 원형 보관창고에는 철광석을 담고 8개의 선형 저장고에는 석탄을 모아둘 계획이다. 선형 저장고는 여러 개로 칸막이가 처져 있다. 철광석과 달리 석탄은 품종이 다양해 조금씩 따로 보관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오명석 현대제철 사업관리본부장은 "원료 보관시설을 밀폐형으로 지으면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원가절감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 본부장은 "야적장에는 철광석을 15t 정도까지 쌓을 수 있지만 원형 저장고를 이용하면 30t 까지 높일 수 있다"며 "원료를 저장하는데 들어가는 부지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바람이나 비로 인한 원료의 자연감소분이 거의 없고 변질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친환경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일관제철사업 부지 조성 공사에 돌입한 이후 가장 먼저 착공식을 가진 것도 밀폐형 원료저장고였다.

전체 공정률 25%…계획보다 빨라

밀폐형 원료저장고를 제외한 다른 주요 설비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 당진제철소 전체의 공정률은 25%.당초 계획에 비해 몇 달 정도 빠른 수준이다. 원료 하역을 위한 항만은 거의 완성 단계다. 권문식 현대제철 사장은 "3만t급과 5만t급 항만은 이미 공사가 끝났고 10만t급과 20만t급 항만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당초 올 12월로 예정했던 항만 공사 완공시점이 두 달 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제철소의 핵심인 고로 본체도 외형을 서서히 갖춰 나가고 있다. 오 본부장은 "총 10단으로 구성되는 고로 외피가 현재 7단까지 올라갔다"며 "10월께 마지막 10단 철피를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총 투자비 5조8400억원 가운데 3조1400억원은 회사 내부에서 마련하고 외부에서 차입키로 한 2조7000억원은 전액 확보를 마쳤다. 권 사장은 "최근 몇 년간 현대제철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어 내부자금 조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충남)=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