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건설사에 4조6000억 투자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 자본(고유 계정)으로 4조6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건설 관련 자산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투자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들도 건설사 대출협의회 참여를 적극 고려해 달라'는 취지의 문서를 만들어 증권업계에 협조를 구했다. 미분양 급증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건설업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4조6000억원의 돈을 투자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건설사 대출협의회에 가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금감원에서 만든 이 문서는 공문 형태로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각 증권사에 전달됐다. 투자 규모는 금감원이 증권사들의 PI(자기자본투자) 투자 내역을 일일이 분석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대출협의회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를 돕기 위해 17개 시중 은행과 일부 저축은행,보험사 등이 참여해 구성한 모임으로 채권단협의회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이 협의회에 가입한 증권사는 건설사 투자금이 있는 22개 증권사 중 유화증권 한 곳뿐이다.

고유 계정은 고객이 맡긴 돈이 아닌 증권사의 자기 자본을 말하는 것으로 증권사들 대부분은 PF에 참여했으며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사모 펀드나 공모 펀드 등 고객들의 투자 자금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건설사에 묶여 있다는 뜻"이라며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던 시기에 중ㆍ소형 증권사들의 PF 진출이 잇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계도 건설사 위기에 함께 노출돼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