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몽헌 회장 5주기 … 현정은 회장의 '깊어가는 고민'

故 정몽헌 회장 5주기 … 현정은 회장의 '깊어가는 고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故) 정몽헌 회장 5주기를 맞아 북측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와 중단된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전날(3일) 북측의 강경 대응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4일 오전 고 정몽헌 회장 5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과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갑자기 바꿔 이날 새벽 맏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만을 동행한 채 참배한 뒤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현 회장은 창우리 추모 행사에서 금강산 사고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동시에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대북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칠 예정이었다.

현대그룹 측은 이에 대해 "어수선한 상황이라 차분히 5주기를 지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우리도 오늘 아침에야 창우리에 먼저 다녀온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자택에서 실타래같이 꼬인 대북사업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지난 4월 말 금호아트센터에서 초연된 고 정몽헌 회장 추모곡 '나래(Na-Rae)'를 들으며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 회장 추모식에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현대그룹을 대표해 참석한 것이 대북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모종의 임무'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2004년 1주기부터 금강산에서 추모식을 가져왔으나 2005년 3월 현대아산 대표에 취임한 윤 사장이 그룹을 대표해 추모사를 낭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윤 사장은 추모식 참석 후 5일 오후 2시께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