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노키아 파워' 보려면

노규성 <선문대 교수 · 경영학>

한국경제가 최근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에 날개를 내주면서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시장은 실질구매력 감소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그간 우리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이러다 제2의 외환위기를 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급한 추측도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언제나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해 왔고,위기상황에 대처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개발독재시절에도,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모두 힘을 합쳤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일궈냈고,조기에 IMF 체제를 졸업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부존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누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겠는가.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 경영혁신을 이뤄 세계 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일궈낸 기업들만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내수침체는 매우 구조적이다. 고령화로 인한 노년층의 증가,글로벌화로 인한 원자재 공급선의 해외이전,이와 맞물린 투자부진,국내 일자리의 불안정 등이 내수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강화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겐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수출만이 유일한 경제성장의 길이라면 기업인이 해외로 돌아다니면서 큰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도록 전략이 구사돼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하고,기업인의 해외활동을 원활하게 해주어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우리 청년도 해외 현장을 배우고 경험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진돼야 한다. 초우량 대기업과 우수 벤처가 해외에서 돈을 벌면 그 돈은 국내 소비가 진작되도록 유도돼야 한다. 그것은 중소기업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이뤄진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이를 통해 다시 소상공인으로,서민가계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외화 획득으로 증대된 세금은 취약계층,고용희망자,사회적 일자리에도 흘러들어가야 한다. 서민의 생계비와 자활촉진비,고용장려금,각종 사회서비스 지원비는 그대로 중소기업,동네 가게,식당 등 소상공인의 수익원이 된다. 그래서 그들이 벌어들인 돈은 또 다시 국가 세수원이 된다.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기업인들은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생산성을 웃도는 높은 임금,잉여노동력의 과잉속에 취업난과 구직난,기업인을 죄인시하는 반기업문화,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와 일관성없는 경제정책 등은 여전히 기업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세계를 돌아다니기에 앞서 집안에서부터 사기가 떨어진다.

2006년에 533억달러를 벌어들인 노키아는 핀란드 국민의 70%를 먹여 살린다. 우리에게도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리 경제가 오늘의 위기를 딛고 일어서 일자리 35만개를 창출하고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같은 초우량 기업 10개가 필요하고 이들이 혁신형 벤처기업 2만개와 연계돼야 한다. 그래서 당장 우리 기업인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다각도로 기를 살려주자는 것이다. 기업인의 경영활동상 제약을 풀어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비로소 국가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익창출이 목적인 기업인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존경받는 기업인이 나와야 하기에 세계를 누비며 헌신하는 기업인을 원하는 것이다. 국민화합과 경제적 회생이 절실한 요즘 우수한 경제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가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