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테러위협에 "성화 봉송길 바꿔"

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5일 낮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저녁에 도착할 올림픽 성화 맞이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전날 신장지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소식 탓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광장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손가방은 레이저 검색대 위로 올려졌다. 평소와 다름없이 관광객은 많았지만 광장 안의 사복 경찰 수는 대폭 늘어났다. 톈안먼광장 지하철역 입구나 길가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공안들의 얼굴도 상기돼 있었다.

베이징올림픽위원회는 이날 갑자기 베이징의 성화 봉송로를 바꿨다. 당초 3일간 베이징을 한자 '화(和)' 모양으로 연결해 달리려던 계획을 수정한 것.첫날 자금성에서 시내를 돈 뒤 다음 이틀간 시 외곽으로 빠지는 것으로 변경했다. 너무 많은 지역을 돌아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지 모른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실은 안전이 우려돼서다. 시내 중요한 교차로에는 사복을 입은 무장경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로교량 밑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전용 도로에는 올림픽 관련 차량보다 공안차가 더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시내 중요한 지역의 자동판매기는 모조리 치워졌다. 쓰레기통도 없어졌다. 혹시 폭탄이 숨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베이징의 택시 운전사들이 공안의 전화를 받느라고 바쁘다고 전했다. "혹시 신장이나 티베트 사람을 태우지 않았느냐"고 묻는 전화가 1~2시간에 한 번씩 걸려온다.

호텔 프런트에도 신장이나 티베트 사람을 봤느냐는 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100여명의 각국 정상들이 묵을 호텔은 호텔문을 통과하는데 10분가량 걸릴 만큼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올림픽 경기를 여는 지방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축구 경기가 개최되는 상하이시는 지하철 상점을 한 달간 문닫게 했다. 시내의 자동판매기 등도 모조리 없앴다. 역시 축구경기가 열리는 진황도에서는 약 7000명의 공안이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관중석을 감시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