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Out] 은행 지점장 휴가는 달랑 하루?

"하루짜리 여름휴가를 어떻게 갑니까. 차라리 안 가고 말지…."

우리은행 본점 부서장과 지점장들이 몇 년째 여름 휴가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은행 복무 규정상 지점장급 이상 고위 직급의 유급 여름휴가가 단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조원인 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1주일씩 휴가를 떠나고 있지만 지점장들에게는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우리은행 본점의 한 고참 부장은 "장기 근속 휴가나 연월차를 더해 2∼3일은 갈 수 있지만 이래저래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하반기 경영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휴가를 반납하는 상황이라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다. 국민 신한 하나 등 다른 은행의 경우 전 직급 공통으로 5일간 여름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이를 다 쓰는 간 큰(?) 부서장은 찾아볼 수 없고 눈치껏 3일 정도만 다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지점장들 입장에서는 그 정도도 어디냐는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2년 토요휴무제 실시와 함께 복무 규정이 바뀌면서 부서장급 이상의 여름 휴가가 하루로 줄었다"며 "다른 은행들은 개별 노사 협상을 통해 휴가 일수를 늘렸으나 우리은행은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계속 묶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최소 3일 정도의 휴가를 보장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