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환영" VS "쇠고기 재협상"…보수·진보단체 대규모 맞불집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첫날인 5일 32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찬반 시위가 동시에 개최됐다. 서울 청계천 입구에 있는 청계광장에선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진보진영의 촛불집회가,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한·미 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각각 열렸다.

◆청계광장선 촛불집회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1만명 이상(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참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집중 촛불집회'를 가졌다. 광우병 쇠고기 대학생재협상단 70여명은 한때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흥분한 학생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전경들과 대치상황을 벌여 일촉즉발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오후 5시30분부터 보신각에서 청계광장까지 거리 행진도 벌였다. 오전 11시에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녹색연합 등의 대표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쇠고기 협상을 전면 재협상하고 경찰 기동대의 집회 진압 투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회 소속 대학생 300여명도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재협상단' 발대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간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들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손을 잡으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옆에서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소가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방에서도 집회와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부산광우병시국회의는 오후 7시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시 방한 반대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광주와 경남지역 광우병대책위원회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약속하지 않는 한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 오지 말라"고 강조했다.

◆서울광장에선 부시 환영집회

이에 맞서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374개 보수성향의 단체로 구성된 '부시 환영 애국시민연대'는 오후 3시4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촉구하고 촛불시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 'Welcome President Bush(부시 대통령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태극기 성조기를 함께 띄워놓았다. 보수단체들은 이어 오후 4시30분부터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한미우호문화제를 개최했다. ◆경찰 최고수준 비상령

경찰은 이날 주요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사이가 320여m에 불과한 만큼 물리적 충돌을 막는 데 주력했다. 각각의 집회 장소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해 양측이 직접 부딪치는 것을 차단했다.

경찰은 오전 9시부터 부시 대통령이 출국하는 6일까지 일선 경찰서의 모든 가용 경찰력을 전원 대기시키는 '갑호비상' 근무 체제를 가동한 가운데 225개 중대 2만4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박민제/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
김정환/최창규 인턴기자(한국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