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차관회의] 라면ㆍ빵 등 가격인하 유도 … 여행비ㆍ학원비 담합 조사

정부는 원자재값이 오를 때는 발빠르게 가격을 인상했다가 원료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했는데도 그만큼 판매가를 내리지 않는 제조업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여행비나 학원비를 올린 업체들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매점매석과 담합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정부는 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김동수 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 방안을 의결했다. 원가 하락분을 제 때 반영하지 않거나 원가 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인플레이션(물가 급등)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을 올린 업체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차관은 "원유 밀값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에 의미 있는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며 "특히 밀가루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라면 빵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을 인하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 인하 여건 조성에는 정부부처뿐 아니라 한국은행 소비자원 대한상공회의소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이 동참한다. 전국 100여곳의 소비자단체 등에 설치되는 물가 신고센터에 편승 인상 사실이 신고되면 경우에 따라 재정부가 매점매석 조사를,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신학기를 앞두고 교복 참고서 등 가격 동향을 면밀히 살펴 이상 징후가 있으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수입 원재료 원가 상승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컸던 원유 및 곡물 관련 제품에 대해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간 상관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품목별로 가격 안정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 등 서민생활에 긴요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장단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대책도 병행 추진한다.

정부는 최근 밀가루 관세율을 낮추고 인쇄용지 공급가격 인상 계획을 설득 끝에 철회시키는 등 미시적인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김 차관은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에도 일부 개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낙엽 한 잎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들을 비롯해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대한상공회의소 김상열 부회장,박명희 소비자원 원장,김천주 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등 정부 외곽의 공공·민간단체 인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