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욕설 부추기는 어른들

마산 지역 초등학생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개XX''살인하겠다'고 조계사 방명록에 적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계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촛불시위 수배자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초코파이와 사탕 젤리 부채 등을 주며 '하고 싶은 말을 적어라,욕도 좋고 반말을 해도 된다'며 막말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50초 분량의 동영상과 사진에서 아이들은 소속 학교와 학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들의 얼굴은 엉성하게 모자이크 처리가 돼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찍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왜 찍느냐'며 항의했지만 촬영자는 '혼자 보기 위한 것'이라며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이 제작된 이유는 간단하다. 초등학생들조차 이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 같은 동영상에 대해 비난일색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입에서 올리기도 민망한 욕설을 내뱉었기만은 아니다. 그 대상이 국민투표로 선출된 합법적인 대통령이라는 점과 일부 어른들이 죄의식없이 어린이들을 정치적 이슈에 선전도구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부 네티즌들의 '적반하장'식 상황 판단이다. 네티즌 '공인중립자'는 아고라 토론방에 "아이들이 욕을 하게 된 동기는 이명박의 반민주주의적 작태와 시민들 폭행 때문"이라며 "욕을 문제삼는 것은 주어를 구분 못하는 '난리 호들갑 오두방정'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 '날으는달팽이'는 "명령한 것도 아니고 권유한 것을 '시켰다'고 언론에서 보도한 것은 말바꾸기와 조작.날조.왜곡의 글쓰기 자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오히려 언론을 탓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욕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아이들(혹은 이들의 훈육 책임자)의 잘못이고,이 같은 행위에 대해 머리를 쓰다듬고 사탕을 주며 칭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올리지 않겠다던 동영상을 인터넷에 버젓이 올린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우리사회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는 이들의 처사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