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편 나아질 기미 안보인다"

가계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6개월 뒤 소비지출 여건에 대한 기대지수는 2005년 초 '카드 부실사태'의 터널을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나 생활형편 역시 비관적인 전망이 긍정론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집값 하락과 증시 부진으로 자산계층의 부동산 및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져 당분간 소비 위축에서 비롯된 내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 좋을 것" 압도적 다수

통계청은 '7월 소비자전망조사'에서 소비자기대지수가 전달(86.8)에 비해 2.2포인트 떨어진 84.6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고 2000년 12월(8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치(100)를 밑돌면 6개월 뒤의 경제 여건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가 긍정적인 쪽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부문별로는 경기기대지수가 67.7로 6월(69.9)보다 2.2포인트 하락했고 생활형편지수(87.5)도 전달보다 2.4포인트 떨어져 비관적인 시각이 늘어났다. 특히 소비지출 기대지수는 지난 6월(100.7)까지 기준치 이상을 유지했으나 7월(98.5) 들어 반전했다. 소비지출 기대지수가 기준치를 밑돌기는 2005년 1월(98.3) 이후 처음이다. 모든 소득계층과 전 연령대에서 소비자기대지수가 하락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저소득층의 하락폭이 매우 컸고,경제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30~50대의 기대지수도 많이 떨어졌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59.2를 기록,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역(逆) 자산효과 우려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증시 침체로 자산 보유 계층의 위축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는 부동산 금융자산 가릴 것 없이 일제히 폭락했다. 주택·상가(99.1→96.1) 토지임야(102.1→96.9) 금융·저축(93.3→91.0) 주식·채권(76.1→61.4) 등 전 부문에서 하락했다. 증시 불안 여파로 주식·채권부문의 하락폭(-14.7)이 특히 컸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홈에쿼티론(집값 상승분에 대한 추가 대출)이 가능한 미국에 비해 부동산값 등락에 따른 소비증감 효과는 덜한 대신 증시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 및 채권의 가격하락이 중산층의 소비 여력과 소비 심리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역 자산효과'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정부,경기 보완 필요성 강조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8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내수부진 심화와 물가오름세 확대'를 동시에 지적했다. 재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일자리 창출 및 성장 잠재력 확충 노력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서민생활 안정과 함께 '에너지 절약 노력 강화'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경기 보완 필요성을 함께 언급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그만큼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