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풍욕.솔숲 산책.탁족 … '천연 에어컨' 피서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지났다. 일년 중 가장 덥다는 말복의 꼬리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연일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계곡을 향해 땀을 씻어보자.한국관광공사가 '천연 에어컨으로 떠나는 피서여행지'를 추천했다.

◆더위야 물렀거라 냉풍욕이 나가신다(충남 보령)=보령 성주산 자락에는 '냉풍욕장'이 있다. 원래는 석탄을 캐던 탄광의 갱도로,폐광 이후 갱도에서 나오는 영상 13도 안팎의 냉풍을 활용해 냉풍욕장으로 개방하고 있는 것.냉풍체험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갱도 안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깥 기온이 높을수록 갱도 내 바람이 더 많이 분다고 하니 초강력 에어컨이 따로 없다. 냉풍욕장으로 개방한 갱도 외에는 양송이를 재배하고 있다. 주변 음식점에서 다양한 양송이 요리를 맛보고 저렴한 가격에 양송이를 구입할 수도 있다. 냉풍욕장에서 나온 물이 흘러드는 광장 옆 물길도 지나칠 수 없다. 탁족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 누구나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냉풍욕장은 8월 말까지 두 달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입장료는 없다.

성주산의 화장골계곡과 심연동계곡에서는 숲과 계곡이 만들어내는 청정 바람을 즐길 수 있다. 두 계곡을 따라 성주산 정상으로 향하는 트레킹코스도 따를 만하다. 보령시청 문화관광과(041)930-3541


◆계곡과 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강원 양양)=양양은 피서하기 좋은 계곡이 많다. 미천골이 잘 알려져 있다. 미천골휴양림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선림원지가 나온다. 한끼 공양할 쌀을 씻으면 뜨물이 계곡 아래에 까지흘렀다고 할 만큼 사찰이었다고 한다. 삼층석탑,석등,홍각선사탑비,부도 등의 보물이 있다. 선림원지를 지나 미천골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계곡이 시작된다. 숙소 앞 계곡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서 즐기는 낮잠이 달콤하다. 법수치계곡은 오대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물이 불가의 법문처럼 마르지 않는다 해서 법수치라 이름붙여진 이 계곡은 빼곡한 소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다. 계곡 상류로 올라가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솔숲 산책길이 나온다. 찹쌀의 고소함과 아름다운 마을풍경에 취하는 구룡령 입구의 송천 떡 마을,연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영동내수면연구소 연어생태학교 등도 찾을 만하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033)670-2723

◆에어컨도 울고 가는 영남 제일의 탁족처(울산 울주)=울주군 내원암 계곡과 진하해수욕장은 서로 가까워 탁족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대운산이 탁족을 위한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내원암 계곡의 분위기가 조용한 게 좋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계곡에는 연이어 작은 폭포수가 흘러내리고,폭포 아래에는 그 경관을 감상하며 쉬어 갈 수 있는 소가 자리하고 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채 탁족을 하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탁족을 즐긴 뒤에는 간절곶으로 간다. 뭍에서는 제일 먼저 해맞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등대 앞의 우체통과 여인상 등 잔디밭 사이로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어 천천히 산책하기 알맞다. 울주군청 문화관광과(052)258-9577

◆더위를 삼키는 폭포의 유혹(전북 무주)=덕유산 남서쪽 골짜기에 일곱 폭포와 연못의 절경이 그림 같은 칠연계곡이 있다. 이 일곱 폭포를 돌며 7년간 도를 닦으면 무지개를 타고 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계곡이다. 폭포로 떨어지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바다가 부럽지 않다.

계곡 안 송정골에 칠연의총이 있다. 조선말 왜병과 싸우다 숨진 의병 150여 명의 무덤이다. 피맺힌 역사의 아픈 사연을 말해주는 듯 붉은 소나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적상산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천일폭포가 시원하다. 병풍바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주변 숲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적상산성 서문 아래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장도바위는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가 길이 막히자 긴 칼로 내리쳐 길을 내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무주군청 문화관광과(063)320-2546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