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올림픽 메달수가 곧 국가 경쟁력" 국가차원 스포츠 투자 재점화

국가 차원의 스포츠 투자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에 이어 호주 일본 등이 스포츠 엘리트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독일도 옛 동독식 국가 스포츠주의로 체육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메달 수는 각국의 글로벌 파워와 국가적 자존심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며,경제발전에도 중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베이징올림픽 메달 경쟁이 과거 어느 올림픽보다 치열한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은 올해 스포츠 지원 예산을 작년보다 25% 늘린 1억9500만달러로 잡았다. 이 가운데 3분의 2를 태릉선수촌 같은 시설에 투자한다. 동독식 스포츠 전문학교 39곳(19곳 신설 포함)을 선정해 학교 내에 수영장과 트랙,체육관을 지어주고 있다. '스포츠 꿈나무'는 체형에 맞게 종목을 배당받고 스포츠 기숙학교로 보내 길러진다. 독일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동독(102개,2위)과 서독(40개,5위)을 합쳐 모두 142개(1위)의 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 올림픽 메달 수는 점점 감소,2004년엔 49개로 6위에 그쳤다.

통일 독일 정부가 '스포츠를 통한 국가적 영광 실현'이란 목표를 공산주의 잔재로 보고 동독식 스포츠 엘리트 육성과 집중 투자를 포기한 결과다. 이런 체육 정책에 대한 뒤늦은 반성이 동독식 정책의 부활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여자 종목처럼 서구 각국이 지원을 적게 하는 틈새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 여자 선수들은 중국이 딴 63개 메달 가운데 39개를 책임졌다. 호주도 정부 내 스포츠국이 육상 진흥정책을 펴고 선수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시드니와 아테네올림픽에서 호주가 각각 메달 순위 4위,3위로 올라선 비결이다. 일본도 2000년 국립트레이닝센터 설립에 200억엔을 들였으며 2003년엔 국가스포츠기금을 설립,메달 유력 선수들에게 매년 5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게 아테네올림픽 때 유도 종목 금메달 절반(8개)을 수확,독일을 밀치고 5위에 안착하는 밑거름이 됐다.

각국의 스포츠 투자 경쟁은 메달 수가 국민들의 자신감으로 직결돼 경제 및 사회 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컨설팅업체인 PwC는 최근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을 누르고 가장 많은 88개 메달을 딸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대니얼 가드너 미 스미스대 교수는 "중국의 파워를 본 미국인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미 국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개최는 경기장 도로 항만 공항 등 인프라 투자를 늘려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된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철도망에 2000억달러를 투자한다. 19세기 이후 최대의 철도망 확장사업이다. 또 중국이 최근 15년간 건설한 고속도로망은 미국이 40년에 걸쳐 닦은 고속도로망과 맞먹는다. 브루킹스는 "이런 투자는 세계경제의 경쟁 틀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라며 "미국이 취약한 인프라 투자 확대에 빨리 나서지 않으면 현재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엘리트 스포츠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호주가 1980~1996년 25개 금메달을 따는 데는 금메달 한 개당 3700만달러의 세금이 필요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