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올림픽' 금메달 후보는?

올림픽은 환호와 눈물이 섞인 지구촌 스포츠 드라마다. 메달의 주인공들은 영광을 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분루를 삼킨다. 미국 월가에도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신용위기로 승리와 좌절이 엇갈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개막한 베이징올림픽을 기념,금융 논평 사이트인 브레이킹뷰스 닷컴이 '유머스럽게' 선정한 월가의 메달 후보들을 소개했다. 우선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 금메달은 지난 3월 파산 위기에 몰려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전 이사회 의장과 앨런 슈워츠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돌아갔다. 케인은 지난 1월 CEO 자리를 슈워츠에게 넘겨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베어스턴스는 몰락했고,결국 둘 다 다이빙 선수처럼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CEO는 '80억달러 배영'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테인은 수주 전만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충당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선 자유형을 뒤집어 배영을 하듯 말을 바꿨다. 57억달러의 자산상각 등 손실을 발표한 뒤 85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의결권 높이뛰기'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적대적 인수 위협을 받고 있는 야후의 제리 양 CEO가 금메달감에 올랐다. 그는 얼마 전 주주들로부터 85%의 지지를 받아 재신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지지율은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FRB는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막기 위해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했고,연방은행 재할인 창구를 통해 투자은행 등에 대한 긴급 대출에도 나섰다. 이 같은 조치는 선수(금융사)들이 경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약물(공적자금)을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핑 테스트를 할 경우 실격 처리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