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좋은 투기'론

"최근의 원유시장 투기는 버블을 만드는 '나쁜 투기(bad speculation)'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격 변동을 완화시키는 '좋은 투기(good speculation)'였다. "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좋은 투기론'을 폈다. 투기세력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는 유가상승 기간을 단축시켰고 덕분에 수요가 더 빨리 감소해 결과적으로 정점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린스펀은 "2004년부터 수급불균형을 내다보고 원유선물에 대해 대규모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투기세력들이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기조가 뚜렷해지자 이익실현을 위해 지난 7월부터 포지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장기간의 고유가에서 비롯된 원유수요 감소 추세를 가속화시키며 유가상승 압력을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약세를 보이는 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원유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면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이 끝난 후 유가가 다시 150달러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