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임금 올려 올려…"

아시아 각국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인 선전시에선 지난 7월부터 최저 임금이 20% 가까이 올랐고,베트남도 최저 임금을 30% 정도 인상할 전망이다. 인도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은 임금상승으로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임금 인상은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품 가격을 끌어 올려 선진국의 소비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도시지역의 평균 임금은 1만2964위안(약 20만5000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18.0% 증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노동계약법'이 연초부터 시행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쟁의도 빈발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에 의하면 주식을 공개한 중국 기업 약 650개사 중 90%를 넘는 곳에서 올 1분기(1~3월) 인건비가 전년 동기에 비해 늘어났다.

인도에서는 IT 대기업 인포시스테크놀로지스가 올 봄 종업원의 급여를 11~13% 인상한 결과 올 2분기 매출영업이익률이 2.2%포인트 떨어졌다. 중견기업인 파토니컴퓨터시스템스도 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지난 2분기 결산에서 이익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23%나 감소했다. 인도의 IT산업은 싼 인건비를 무기로 미국과 유럽기업의 시스템개발 등을 수주해 급성장해왔다. 그러나 대학 등에서의 기술자 양성이 인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업계 내에서 인재 쟁탈전이 과열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임금인상이 골칫거리다. 베트남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현재에 비해 최대 30% 정도까지 인상할 전망이다. 베트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웃돌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지난해 임금상승률이 전년대비 5.5%에 달해 과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태국이나 필리핀에서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아시아국제공개대학의 왕관이 교수는 "아시아 각국의 임금상승은 미국 유럽으로의 수출품 가격을 올려 세계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