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파렴치…예능PD의 타락

최근 검찰에 구속된 KBS 예능국 출신 이모 전 PD가 카지노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대표 6명에게서 돈을 상습적으로 갈취해온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인기 방송프로그램인 '윤도현의 러브레터''비타민''일요일은 101%' 등의 연출ㆍ제작 등을 담당했던 이씨는 2003년부터 강원랜드 카지노에 수백 번씩 출입하면서 17억원을 날렸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이씨는 지인 3명 명의의 차명통장을 만들고 연예기획사 대표들에게서 소속 연예인의 방송프로그램 출연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으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먼저 2004년 당시 인기 여자가수그룹 J 등이 소속돼 있던 연예기획사 S사 대표 S씨로부터 소속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같은 해 6월 차명계좌로 1550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이씨는 현재 연예프로그램 인기 MC로 활동하고 있는 K씨,J씨 등의 소속사 A사 대표 H씨에게 자신이 연출하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여걸파이브' 등에 해당 연예인의 고정출연을 약속하고 1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신인가수의 얼굴을 알려주겠다는 명목으로도 돈을 갈취해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 H사 소속 신인가수 K씨를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게 하는 대가로 2004년 10월과 11월 H사 대표 Y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 이씨가 13차례에 걸쳐 이들 6명에게서 뜯어낸 돈은 드러난 것만 총 2억2050만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계좌로 총 6억5000만원을 챙겼는데 입금자 43명이 대개 방송국 관계자"라며 "이씨의 실명계좌에는 현금과 수표로 43억원 상당이 입금돼 있어 향후 범죄혐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