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인권위의 제자리 찾기

한나라당이 최근 공석인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자리에 최윤희 건국대 법과대학장을 내정하자 일부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1995년에 인천지검 공안기획검사로 1년간 일했던 최 학장의 '경력'이 반대의 주된 이유다. 시국 사건 등을 주로 다루는 공안검사가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인권위원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들은 또 "최 학장이 그간 인권과 관련된 활동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법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위원에 내정한 것은 자격미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학장은 일부 시민단체의 '자격시비'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시위 경력이 있어야만 인권을 위해 일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실제 최 학장은 중앙노동위,산업재해심사위 위원으로 일하면서 공정한 결정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이다. 그래서 인권위원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실 일부 시민단체가 최 학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공안검사'경력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의 속내에는 보수 성향의 최 학장로 인해 인권위의 '진보적 기조'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잠재돼 있다. 현재 안경환 위원장 등 인권위원 11명 중 7명이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의 인사다. 이들은 진보인사 중 2~3명이 조만간 임기가 만료돼 최 학장과 같은 중도 혹은 보수 인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인권위는 소외된 이들의 인권향상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쌓아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인권과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인권위의 역할을 벗어나 '국가보안법 폐지''이라크 파병 반대' 등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인권위 구성의 다양화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인권위가 국민 모두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자 시대적 요구다.

인권위 법에는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돼 있다. 인권위 구성원의 다양화로 일부가 아닌 모두의 인권위로 거듭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