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불황은 무슨…"

#1.페라리는 올해 국내에서 더 이상 팔 차가 없다. 올해 판매하려고 지난 해 사전 주문해 놓았던 100여 대가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판매 차량의 대부분은 F430,599GTB 등 고성능 슈퍼카.가격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3억~4억원에 달하지만 구입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2.포르쉐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287대의 차를 팔았다. 작년 판매량(197대)보다 45.7% 증가했다. 팔린 차의 절반가량은 911시리즈로 유명한 GT2,박스터,카이맨 등 슈퍼카.7000만~1억원짜리 이들 자동차는 작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120대 이상이 팔렸다. ◆슈퍼카,"없어서 못판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수 억원에 달하는 슈퍼카 판매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판매를 주도하는 건 1억~4억원대 보급형 슈퍼카다. 맥라렌 F-1(380억원),부가티 베이론(22억원) 등 정통 슈퍼카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일반인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가 지난 해 4월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 맨'에서 처음 공개한 1억8000만원짜리 'R8'은 작년 물량 20대가 출시 전에 모두 팔린 데 이어 이어 올해 준비된 40대도 동이 났다. 탤런트 장동건과 축구스타 안정환도 이 차 구입을 위해 3~4개월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벤틀리는 '컨티넨탈 GT' 등 슈퍼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작년보다 26.2% 증가한 53대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일본 닛산자동차가 만든 'GT-R'는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에 레이싱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그레이(병행수입) 시장에서 벌써 3~4대가 판매됐다.

고성능 슈퍼카가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럭셔리 세단에 치중해온 브랜드도 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21일 1억~2억원대 슈퍼카 3종(SL 63 AMG,CLS 350,SLK 350)을 내놓은 데 이어 1주일 간격으로 CLS 63 AMG과 C63 AMG를 추가했다. 크라이슬러도 연내 '300C SRT'와 '짚 그랜드 체로키 SRT' 등 고성능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색다른 차 찾는 마니아층에서 인기슈퍼카가 인기를 끄는 것은 수입차의 대중화로 '색다른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수입차가 국내 시장의 6% 이상을 점유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BMW,렉서스 등 고급 세단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개성있는 디자인과 고성능을 무기로 한 슈퍼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1억~2억원대 보급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더욱 인기"라고 설명했다.

최고 시속 300㎞ 이상,3~4초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최고출력 400마력을 뛰어넘는 고성능 차량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레이싱 마니아가 늘어난 것도 슈퍼카 인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류층이나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레이싱 서키트를 통째로 빌려 경주를 즐기는 애호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

[용어설명] 슈퍼카

최고속력 시속 300㎞ 이상,제로백 4초대 이하,최고출력 400마력 이상에 해당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일컫는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수십억원짜리가 있지만 최근엔 포르쉐,페라리 스포츠카 전문업체와 벤틀리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크라이슬러 등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에서 1억~3억원대 보급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대중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