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장애…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일반인도 포기하는 수영 마라톤 '외발' 뒤 투아 16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헤엄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 중간에 코치들은 장대를 이용해 음료수를 물 속 선수에게 배달하기도 한다. 워낙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20일 중국 베이징 순이 조정 카누경기장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마라톤 수영경기.10㎞를 헤엄치는 길고 긴 레이스에서 외발로 완주한 선수가 있다. 나탈리 뒤 투아(24·남아프리카공화국)다. 2시간00분49초9의 기록으로 전체 25명 가운데 16위로 골인했지만 그것은 금메달보다 더 값졌다. 인간 승리의 진한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수영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 나선 투아는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기록을 1분17초9나 당기는 투혼을 발휘했다. 1위로 골인한 라리사 일첸코(1시간59분27초7·러시아) 등 투아보다 빠른 선수가 15명이었으나 그를 따라잡지 못한 선수도 9명이나 됐다. 칠레의 크리스틴 코브리치는 아예 중도에 포기했을 정도.

투아는 촉망받는 수영선수였다. 하지만 2001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차량에 치이면서 왼쪽 다리 무릎 밑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투아는 포기하지 않고 수영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처음 비장애인과 겨룬 대회는 200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연방대회였다. 여자 자유형 800m에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해 주목을 받은 뒤 투아는 당시 6관왕을 차지한 이안 소프(호주)를 제치고 최우수선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정상적인 발차기가 불가능해 수영장에서 하는 경기를 포기하고 아예 마라톤 수영으로 전향했다. 다리를 거의 쓰지 않는 장거리 수영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했다. 대신 상체근육을 그만큼 단련시켜야 했다. 10㎞ 마라톤 수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베이징올림픽은 투아에게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였고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레이스를 마쳤다는 것만으로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는 "내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계속 비장애 선수들과 겨뤄 올림픽에 나설 것이다. 나에게 다리가 하나뿐이라는 것은 장애가 아니다"고 당당히 말했다.

폴란드 여자 탁구대표팀의 나탈리아 파르티카(19)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외팔 소녀'다. 지난 13일 홍콩과의 단체전에서 상대팀 에이스 티에야나에게 아쉬운 2-3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의 투혼에 격려가 쏟아졌다. 파르티카는 테이블에 바짝 붙어 왼쪽 팔꿈치 끝 부분으로 공을 허공에 던져 서브를 넣는다. 사격에서는 한 쪽 눈이 없는 선수가 나왔다. 프랑스 여자 사격 대표인 베로니크 지라르데(43)는 한 쪽 눈을 감고 쏘는 종목이 아니라 두 눈을 뜨고 목표물을 조준하는 스키트 종목에 출전해 더 화제가 됐다. 지난 14일 출전해 참가자 19명 가운데 16위에 그쳤지만 아름다운 도전으로 찬사를 받았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