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합판업계 vs 가구업계, 동남아산PB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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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와 합판보드업계가 가구 제작의 주 원재료인 동남아산 파티클보드(PB)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둘러싸고 전면전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미 과거에도 두 차례에 걸쳐 유럽산 PB에 대한 반덤핑 문제를 놓고 다투었다가 결국 대화로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법률자문 기관으로 국내 1,2위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구)와 태평양(합판보드)까지 내세우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합판보드업계는 최근 정부가 가구 원재료의 하나인 중밀도섬유판(MDF)에 대해 수입관세를 8%에서 5%로 3%포인트를 낮추면서 가구업계를 편들어준 만큼 이번에야말로 PB에 대한 덤핑방지 관세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구업계는 "원자재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PB에 덤핑방지 관세까지 부과되면 원가부담이 더욱 늘어나 경영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예비조사 판정결과가 주목된다.
◆가구업계, PB원가 25~30%
두 업계의 갈등은 지난 3월 동화기업 성창기업 등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합판보드협회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PB가 지난해 자국 가격보다 약 30% 싼 가격에 한국으로 수출됨에 따라 국내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최고 48%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무역위원회에서 제소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PB를 주 원재료로 쓰고 있는 한샘 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등 대형브랜드 가구업체와 중소가구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50%나 오른 실정에서 덤핑방지 관세마저 부과된다면 1만여 가구제조업체와 10만여명의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며 제소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 상승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PB가 가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하고 있어 수입산에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원가는 12% 이상 올라 소비자 가격이 10% 이상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에 따라 가구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2004년 이후 중단했던 유럽산 PB의 수입을 최근 재개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국내 PB제조업체는 국내 수요량의 50%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데다 규격도 제한적이어서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원자재에 부과되는 8%의 기본관세는 무관세인 완제품에 비해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창기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388억원,영업이익 100억원에 26%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가구업체 평균이익률(5%)의 5배에 달했다"며 "수입산 PB때문에 PB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합판보드업계, 5~10%에 불과 반면 합판보드업계는 "저가 수입산의 공세로 국내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만큼 반덤핑 제소는 국제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관련 업체 등과 함께 덤핑방지 관세 부과 및 수입관세 철폐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합판보드업계는 가구 제조 과정에서 PB 원가가 가구업계 주장과 달리 5~10%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합판보드협회가 건설현장에 납품되는 가구의 제조원가를 파악한 결과,거실장(붙박이장)은 PB가 약 3장(8.66%),신발장은 약 5장(8.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국내산은 다양한 규격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가구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슈퍼E0급(친환경등급),9㎜ㆍ33㎜ 등은 수요가 적어서 주문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판보드협회는 "국내 PB업체들은 지난해 경상이익률이 -3.8%를 기록한 반면,대형 브랜드 가구업체들은 실적 호조로 경상이익률이 평균 5~19%에 이르는 등 이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PB 가격은 ㎥당 우리나라는 167달러로 북아메리카(171) 유럽(218) 동남아(205) 등에 비해 낮아 수입산의 저가 공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협회는 덧붙였다. 더구나 통상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약 3~5% 비싼데 수입 원재료에 붙는 기본관세(8%)를 폐지하면 업계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종영 합판보드협회 전무는 "PB산업은 폐목재 가운데 35%를 재활용해 연간 1000억원의 환경처리 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수입산의 저가공세로 국내 PB산업이 붕괴되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흔들리면서 결과적으로 가구업체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무역위 관계자는 "덤핑판단의 1차 근거는 수입산PB가 국내업체에 피해를 줬는지 여부"라며 "PB의 수요자인 가구업계 등의 의견은 간접적으로 고려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파티클보드(PB)=원목이나 각종 폐목재를 부숴 작은 조각 형태의 칩을 만든 후 접착제를 사용해 고온으로 눌러 압착시켜 만든 보드.가구의 옆판이나 책상의 상판 등에 주로 사용된다.
◆중밀도섬유판(MDF)=원목을 잘게 분쇄,톱밥가루 형태의 섬유질을 뽑아낸 뒤 접착제로 결합시켜 고온으로 눌러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강도가 단단해 일반목재를 대신해 쓰이기도 한다. 도장 등 가공이 쉬워 테이블 상판,문짝,서랍 전면 등에 쓰인다.
합판보드업계는 최근 정부가 가구 원재료의 하나인 중밀도섬유판(MDF)에 대해 수입관세를 8%에서 5%로 3%포인트를 낮추면서 가구업계를 편들어준 만큼 이번에야말로 PB에 대한 덤핑방지 관세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구업계는 "원자재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PB에 덤핑방지 관세까지 부과되면 원가부담이 더욱 늘어나 경영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예비조사 판정결과가 주목된다.
◆가구업계, PB원가 25~30%
두 업계의 갈등은 지난 3월 동화기업 성창기업 등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합판보드협회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PB가 지난해 자국 가격보다 약 30% 싼 가격에 한국으로 수출됨에 따라 국내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최고 48%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무역위원회에서 제소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PB를 주 원재료로 쓰고 있는 한샘 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등 대형브랜드 가구업체와 중소가구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50%나 오른 실정에서 덤핑방지 관세마저 부과된다면 1만여 가구제조업체와 10만여명의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며 제소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 상승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PB가 가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하고 있어 수입산에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원가는 12% 이상 올라 소비자 가격이 10% 이상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에 따라 가구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2004년 이후 중단했던 유럽산 PB의 수입을 최근 재개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국내 PB제조업체는 국내 수요량의 50%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데다 규격도 제한적이어서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원자재에 부과되는 8%의 기본관세는 무관세인 완제품에 비해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창기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388억원,영업이익 100억원에 26%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가구업체 평균이익률(5%)의 5배에 달했다"며 "수입산 PB때문에 PB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합판보드업계, 5~10%에 불과 반면 합판보드업계는 "저가 수입산의 공세로 국내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만큼 반덤핑 제소는 국제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관련 업체 등과 함께 덤핑방지 관세 부과 및 수입관세 철폐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합판보드업계는 가구 제조 과정에서 PB 원가가 가구업계 주장과 달리 5~10%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합판보드협회가 건설현장에 납품되는 가구의 제조원가를 파악한 결과,거실장(붙박이장)은 PB가 약 3장(8.66%),신발장은 약 5장(8.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국내산은 다양한 규격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가구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슈퍼E0급(친환경등급),9㎜ㆍ33㎜ 등은 수요가 적어서 주문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판보드협회는 "국내 PB업체들은 지난해 경상이익률이 -3.8%를 기록한 반면,대형 브랜드 가구업체들은 실적 호조로 경상이익률이 평균 5~19%에 이르는 등 이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PB 가격은 ㎥당 우리나라는 167달러로 북아메리카(171) 유럽(218) 동남아(205) 등에 비해 낮아 수입산의 저가 공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협회는 덧붙였다. 더구나 통상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약 3~5% 비싼데 수입 원재료에 붙는 기본관세(8%)를 폐지하면 업계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종영 합판보드협회 전무는 "PB산업은 폐목재 가운데 35%를 재활용해 연간 1000억원의 환경처리 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수입산의 저가공세로 국내 PB산업이 붕괴되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흔들리면서 결과적으로 가구업체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무역위 관계자는 "덤핑판단의 1차 근거는 수입산PB가 국내업체에 피해를 줬는지 여부"라며 "PB의 수요자인 가구업계 등의 의견은 간접적으로 고려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파티클보드(PB)=원목이나 각종 폐목재를 부숴 작은 조각 형태의 칩을 만든 후 접착제를 사용해 고온으로 눌러 압착시켜 만든 보드.가구의 옆판이나 책상의 상판 등에 주로 사용된다.
◆중밀도섬유판(MDF)=원목을 잘게 분쇄,톱밥가루 형태의 섬유질을 뽑아낸 뒤 접착제로 결합시켜 고온으로 눌러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강도가 단단해 일반목재를 대신해 쓰이기도 한다. 도장 등 가공이 쉬워 테이블 상판,문짝,서랍 전면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