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류의 위기

아시아권에서 한국의 문화적 매력은 대단했다. 대만 언론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한류(韓流)열풍'이었다. 중국에서는 한국문화를 동경하는 합한족(哈韓族)도 생겨날 정도였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시작된 한류는 온라인게임,음식 등으로 번져 나가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한국 스타들의 성형이나 메이크업까지 모방하기에 바빴다. 1980년대 홍콩영화가 우리 개봉관을 점령했을 당시,우리 청소년들이 홍콩 배우들을 보며 열광했던 향류(香流)를 연상시켰다.

이처럼 기세좋게 거칠 것 없이 뻗어가던 한류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뜻밖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문화에 그토록 호의적이던 중국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한국팀에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한.일전에서도 일본팀을 응원하기 일쑤라고 한다. 대륙을 침략했던 일본의 과거를 잊은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인터넷상에서의 비방은 도를 넘어 혐한(嫌韓)바람이 부는 현장을 보는 것 같다. 심지어는 영화 '디워'에 등장하는 용(龍)까지도 트집을 잡을 지경이다. '도대체 왜 이럴까'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 방송사가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의 엠바고를 깬 것과 쓰촨성 대지진 때 중국인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한국이 한자종주국이라는 근거없는 소문 등이 한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지 않나 추측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분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봤듯이 그들은 중화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중국굴기를 과시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에서 한류를 걸림돌로 생각하고 한국 선수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한류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점점 퇴조해 가는 추세인데,지나치게 몇몇 스타에만 의존한 탓이다. 뚜렷한 민족정체성과 전통문화를 부각하는 한류만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중국에서 경험하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