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 부는데~ 실적ㆍ배당주 '열매 따먹을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찜통더위 속을 헤매고 있다. 지수는 1500선 전후의 박스권을 맴돌며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새로운 주도주의 출현도 기대난망이다.

투자자들은 물론 주식전략 전문가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좋아질 거라 했지만 빗나갔고 이제 시장은 믿지도 않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외 악재들도 유가가 진정된 것을 제외하면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는 게 시장이다. 악재는 다 나왔다. 10%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를 수 있는 폭은 더 커 보인다. 배당주,저평가주,실적개선주,낙폭과대주 등을 사놓고 때를 기다리는 전략은 어떨까.


◆추가 하락은 소폭에 그칠 듯


1400대 후반의 코스피지수는 밸류에이션(주가수준)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이고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9배 수준으로 떨어진다. 사실상 역사적인 저점에 와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추가 하락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바닥권에 와 있다는 느낌이다. 매크로 변수,어닝 모멘텀,시장에 대한 불신 등 어떤 투자지표도 믿을 수 없을 때는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9월에 바닥을 찍고 10월이 가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올림픽 기간 중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생산 재개와 함께 10월부터는 물가 하락세도 본격화하며 서서히 악재가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재 약세장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 미국 신용불안 문제는 9~10월 중 해결 수순을 밟을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도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모기지 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순간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레벨업하더라도 추세적 상승이 아닌 1600대 선에 올라서는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비관적 전망도 여전하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월에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내년 1월까지 이렇다 할 반등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주ㆍ경기방어주 관심

그렇다면 이런 시장에서는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삼성증권은 경쟁 기업들의 도산 위기 등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 등과 유가 및 원자재가격 하락 수혜주인 하이트맥주,한솔제지 등을 꼽았다. 또 경기방어주인 KT&G,웅진코웨이,한샘,에쓰오일 등도 관심 종목에 올렸다.

방어주 내에서도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어주 가운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수급이 안정적인 종목을 선택해야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으로는 세아베스틸,한국제지,농심,효성,무림페이퍼,현대모비스,한라공조,LG화학 등이 투자 유망주로 꼽혔다. 또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주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테마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세중 팀장은 "현 주가 수준이 낮고 국내 기업들이 꾸준한 배당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배당주를 매입할 경우 6개월 내에 16%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즌으로도 가을은 배당주 선취매의 계절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파트장도 "9월 말에서 10월 초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추가 하락이 멈추면 주가도 비슷한 시기에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많이 확보한 기업과 실적 추정의 신뢰성이 높은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기적으로는 신흥시장의 소비가 구조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재 및 수출주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