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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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에 누운 아내는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김 첨지는 돈이 없다. 김 첨지가 다소 여유가 있을 즈음엔 아내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설렁탕은 하층민의 가난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로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원기가 다 떨어진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 사 먹일 수 없는 남편의 심정이 오죽할까 싶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설렁탕이 그야말로 보양식이었다. 쇠고기의 잡육과 내장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뼈가 붙어있는 채로 가마솥에 넣고,하루쯤 푹 고아 연신 기름을 거두어 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밥을 말아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고춧가루와 파를 넣고 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 듯했다. 본래 설렁탕은 임금이 백성들에게 내린 음식이었다. 봄철에 임금이 선농단(先農檀)에 나가 제사를 지내고 친히 밭을 가는 친경을 행한 뒤,소를 잡아 국을 끓였다. 소는 신에게 바친 신성한 제물로 여겨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았는데,이렇게 끓여낸 쇠고기 국물을 노비들에게도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런 설렁탕이 지금도 우리 입맛을 당기고 있다. 좀 유명하다 싶은 전국 각지의 설렁탕 집은 끼니 때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데,시원하면서도 걸죽한 국물 맛을 잊지 못해서다.
이제는 설렁탕이 미국인들의 아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지난 주말 '설렁탕이야말로 아침에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사'라며,'밤새 술을 마셔 무기물이 몸에서 빠져 나갔을 때 원기회복용으로 그만'이라고 치켜세웠다. 외국음식을 까다롭게 따지는 미국의 미식가들로부터 건강식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비빔밥에 이어 우리 신토불이 음식인 설렁탕이 외국인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니 반가울 뿐이다.
어느새 처서가 지나면서 계절도 변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고 있다. 뜨끈한 설렁탕 국물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가난했던 시절에는 설렁탕이 그야말로 보양식이었다. 쇠고기의 잡육과 내장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뼈가 붙어있는 채로 가마솥에 넣고,하루쯤 푹 고아 연신 기름을 거두어 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밥을 말아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고춧가루와 파를 넣고 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 듯했다. 본래 설렁탕은 임금이 백성들에게 내린 음식이었다. 봄철에 임금이 선농단(先農檀)에 나가 제사를 지내고 친히 밭을 가는 친경을 행한 뒤,소를 잡아 국을 끓였다. 소는 신에게 바친 신성한 제물로 여겨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았는데,이렇게 끓여낸 쇠고기 국물을 노비들에게도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런 설렁탕이 지금도 우리 입맛을 당기고 있다. 좀 유명하다 싶은 전국 각지의 설렁탕 집은 끼니 때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데,시원하면서도 걸죽한 국물 맛을 잊지 못해서다.
이제는 설렁탕이 미국인들의 아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지난 주말 '설렁탕이야말로 아침에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사'라며,'밤새 술을 마셔 무기물이 몸에서 빠져 나갔을 때 원기회복용으로 그만'이라고 치켜세웠다. 외국음식을 까다롭게 따지는 미국의 미식가들로부터 건강식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비빔밥에 이어 우리 신토불이 음식인 설렁탕이 외국인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니 반가울 뿐이다.
어느새 처서가 지나면서 계절도 변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고 있다. 뜨끈한 설렁탕 국물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