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토공식' 비리근절책

대한주택공사와의 통합이 추진되는 한국토지공사에선 엉뚱하게 비리연루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하다.

감정평가업무를 맡기는 대가로 감정평가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토공과 주공 직원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김재현 전 토지공사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건설청탁 사건에 연루되고 김 전 사장의 아들은 토공 공사 수주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에 구속됐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주공과의 통합 추진으로 가뜩이나 일손이 잡히지 않는데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계속 오르내려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토지공사는 25일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사를 뽑을 때 전자심사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심사위원회 심의 대신 감정평가사가 직접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점수를 산출한 뒤 고득점자 순으로 평가사를 선정하는 제도다. 평가사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차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적정 보상 및 부실평가 시비 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토공 측은 지난달 취임한 이종상 사장이 '저렴한 택지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정한 데 따른 세부 실행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토공은 지난주에도 '택지공급가 5% 인하'를 목표로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코스트 다운 365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 사장의 말처럼 토공이 국민들로부터 '땅 장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는 원인이 '비싼 땅값'에 있었다는 점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한 이런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감정평가사를 컴퓨터로 뽑는다고 해서 평가액 산정까지 저절로 공정해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개발사업자가 신도시 등 택지를 개발할 때 시간에 쫓기거나 민원을 줄이기 위해 후한 보상비를 지급하려는 유혹에 빠질 경우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평가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뻔하다.

토지공사가 주택공사보다 앞서 개선책을 내놓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실효성이 희박한 대책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