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節稅미인] 부부ㆍ부자간 거래 증여세 피하려면…

바쁜 직장생활에 쫓겨 늦은 나이로 작년에 결혼을 한 정당해씨는 어느 정도 모아둔 재산이 있는 데다 마침 아버지가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정당하게 매매 대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세무서에서 실제 돈을 지급한 증빙서류를 요구하며 만약 입증이 되지 않으면 증여로 보아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부모 자식간이나 부부간에 재산을 서로 사고 파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배우자나 부모 자식간에 재산의 거래가 있었다면 세법에서는 우선 증여로 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면서 표면상으로만 매매거래 형식을 취해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증여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친인척을 통해 배우자와 거래하는 것도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남편이 친인척에게 재산을 양도하였다가 그 재산을 3년 이내에 다시 부인이 매입한 경우 처음부터 남편이 부인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세금을 물린다. 다만 이 경우는 각각 부담한 양도소득세가 부인이 부담할 증여세 보다 많은 경우에는 증여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부인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경우에는 남편과 친인척에게 양도소득세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간 거래라도 증여로 보지 않고 처음부터 정상적인 거래로 보는 경우가 있다. 경매나 공매로 부모나 배우자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와 증권시장을 통해 장내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정상적인 거래로 본다.

또 배우자나 자식 등에게 대가를 받고 양도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하고 있다. 즉 △서로 가지고 있던 재산을 바꾼 경우 △본인이 세금을 내고 번 소득이나 증여받은 재산으로 대금을 치른 경우 △가지고 있던 재산을 판 금액으로 대금을 치른 경우 등은 증여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증여로 추정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증여일 것이라고 우선 추정하는 것일 뿐이므로 실제 대금을 치른 사실을 입증하면 세금은 과세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무서에서는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간의 거래라도 증여세를 과세하기 이전에 거래대금을 명확하게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일 부모 자식간에 또는 부부간에 재산을 거래할 일이 있으면 은행을 통해 입금하는 등 대금을 정확하게 지불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둬야 하는 이유다.

이현회계법인 현상기 세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