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퍼스 더 바인스GC] '모험과 보상'의 변주곡…그림같은 36홀
입력
수정
퍼스는 호주대륙 서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의 관문이다. 호주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지중해성 기후 덕에 연중 300일 이상 화창한 날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연평균 기온은 18도.한겨울인 8월에도 그리 춥지 않아 간단한 차림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자연히 골프 환경도 호주의 다른 어느 곳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와이너리 사이의 그림 같은 36홀골프장으로는 더 바인스GC가 유명하다.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스완밸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골프장이다. 내년 2월19~22일 조니워커 클래식이 개최되는 등 큰 경기가 많이 열리는 코스로도 유명하다.
더 바인스는 각 18홀 규모인 레이크 코스(5748m)와 엘렌브룩 코스(5837m)로 조성돼 있다. 그래엄 마쉬와 로스 왓슨이 디자인했다. 주변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해 정교하면서도 전략적인 코스로 꾸몄다는 평이다. 얼핏 보기에는 쉬운 코스로 생각하기 쉽다. 페어웨이가 무척 넓어서다. 설계자들도 중간 수준의 골퍼를 염두에 두고 코스를 짰다고 한다. 그러나 매홀 마지막이 어렵다. 그린 근처에 배치한 벙커와 워터해저드를 피하기가 까다롭다. 세계의 골프장 중 굴곡이 가장 심하다는 그린도 극복해야 한다. 기준 타수에 그린에 올려도 1퍼트에 홀아웃하는 경우가 드물다. 핀에 가까이 붙이는 정교한 어프로치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프로들은 '모험과 보상'의 코스로 설명하기도 한다. 공이 들어가면 찾지 않고 포기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깊은 부시(숲)와 그린 주변의 벙커가 그 '모험'의 대상이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한다. 페어웨이의 높낮이에 적응하고 심하게 휜 지점에서는 질러치는 실력에 컨디션까지 받쳐줘야 그린까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의미다. ■모험과 보상의 페어웨이
레이크 코스 12번 홀(파4,345m)은 거리를 내기보다 정확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코스다. 페어웨이 양쪽 경계선에 이어져 있는 벙커를 피하는 게 관건이다. 그린은 길며,그린 뒤에서 앞쪽으로 흐르는 경사 또한 상당히 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린에 볼을 올렸다고 해도 에지 밖으로 굴러내리는 경우가 많다.
18번 홀(파5,422m)은 핸디캡 18의 쉬운 홀.그러나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페어웨이 오른쪽의 커다란 워터해저드와 그린 바로 앞의 워터해저드가 부담스럽다. 장타자가 아니라면 그린 앞의 워터해저드를 감안해 레이업하고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게 안전하다. 그린에 올릴 때도 조심해야 한다. 그린의 경사가 심해 흘러내린 볼이 워터해저드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은 이 홀의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계속 공을 빠뜨려 8번 만에 홀아웃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방어적으로 친다면 버디를 낚을 수도 있는 홀이다.
엘렌브룩 코스의 7번 홀(파4,339m)은 오른쪽으로 볼을 보내려는 경향을 조심해야 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정면에 워터해저드가 있고 오른쪽으로 페어웨이와 그린이 연결돼 있어 대개가 오른쪽을 겨냥하게 되는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린도 긴 편이며 앞쪽으로 흐르는 경사가 까다롭다.
12번 홀(파5,477m)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휜 도그레그 홀.중간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 섬처럼 보이는 좁은 페어웨이가 있으며 이 두 페어웨이는 벙커에 둘러싸여 있다. 장타자가 아니라면 짧게 끊어쳐 벙커를 피하며 그린에 올리는 방법을 쓰는 게 좋다. ■'리얼 오스트레일리아'의 거점
퍼스는 현대적 도시 풍경과 오지인 아웃백까지 체험할 수 있는 서호주 관광의 출발점이다.
킹스 파크가 산책하기 좋다. 퍼스 중심을 흐르는 스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킹스 파크에서는 서호주 전역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다. 나무 위로 다리를 설치해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코스가 인기다.
스완벨 타워는 스완강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퍼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성공회가 기증한 8개의 종이 보관돼 있다. 서양인으로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이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기념으로 타종한 종도 포함돼 있다.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프리맨틀은 19세기 항구도시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심 전차 트램도 다닌다. 카푸치노 거리가 유명하다. 카푸치노 거리에 있는 프리맨틀 마켓에서 수공예품이나 기념품,그리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고를 수 있다. 피너클스를 꼭 봐야 한다. 피너클스는 서호주 아웃백의 상징.퍼스에서 북쪽으로 245㎞ 떨어진 남붕국립공원 내에 있다.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행성의 사막이 연상되는 석회암 뾰족 바위(피너클) 풍경이 괴이하다. 가까운 모래사막에서 샌드보딩도 즐길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