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술상 탄 작가, 시장서도 인기 몰이


기업의 비영리 재단이 제정한 미술상이 신진·중견 화가들의 국내외 미술시장 진출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공모상인 대한민국미술대상이 지난해 작가 선정에 따른 부정 시비로 위축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돋보이는 일부 재단의 미술상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

포스코의 청암재단(이사장 박태준)은 2006년부터 철 또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 '스틸어워드'를 통해 유망한 조각가를 배출하고 있다. 2006년 최우람(대상),신병권 김병진(우수상)씨가 뽑힌 데 이어 작년에는 권남득씨가 대상,김운용 신치현씨가 우수상을 받아 관심을 끌었다. 올해 수상자는 내달 9일 발표된다.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7월 제정된 양현재단(이사장 최은영)은 국내 최고 상금인 1억원을 내걸고 국제적인 면모를 갖춘 작가를 내달 선정할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중견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외 화단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천리그룹 창업자 고(故) 유성연 명예회장의 유산으로 1989년 설립된 송은문화재단(이사장 유상덕)의 송은미술대상은 젊고 유능한 작가 발굴 창구다. 2001년 제정된 후 대상을 받은 이강욱을 비롯해 송명진 양대원 정보영 정진용씨 등이 미술시장에서 유망 작가로 떠올랐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는 권준호씨가,우수상에는 김영훈 이승현 이원철씨가 선정됐다.

이 밖에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 코리아는 2000년에 만든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통해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김성환씨 등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했다. 재단은 아니지만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김창실)이 1984년 제정한 선미술상 역시 35~45세의 유망한 한국화 및 서양화가,조각가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동안 선미술상을 통해 배출된 작가 20여명 가운데 김병종 이두식 오용길 황주리 고정수 서도호 김범씨 등은 미술시장에서 독창적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조각가 박은선씨가 선정됐다.

윤진섭 국제평론가협회 부회장은 "현재 국내에는 600여개의 미술공모전과 미술상이 있으나 기업의 비영리 재단이 제정한 미술상 수상 작가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들의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필요성이 무르익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