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구스타브 2일 美본토 상륙…예상보다 위력 줄어 유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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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구스타브'가 멕시코만을 거쳐 미국 본토로 빠르게 북상하면서 주민들이 대피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유령도시로 변했다. 멕시코만 인근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시설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국제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출렁였다. 또 미 공화당은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예정된 전당대회 첫날 행사를 대폭 취소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로 날아가 방재 당국자들과 비상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위력이 약해져 2등급 허리케인으로 하향 조정했다. 허리케인센터는 구스타브가 육지에 상륙하기 전에 더 강력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뉴올리언스는 인구 23만9000명 가운데 22만9000명이 이미 빠져나갔다. 뉴올리언스와 이들 해안 도시들을 포함,대피한 주민은 총 200만명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 내무부는 이날 구스타브 북상에 따라 멕시코만 지역의 석유 생산시설 중 96.26%가 가동 중단됐으며 굴착장비와 플랫폼 등이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위치한 천연가스 생산시설 역시 82% 이상이 가동을 멈췄다. 멕시코만은 미 원유생산의 26%(하루 130만배럴),천연가스 생산의 14%(하루 74억큐빅피트)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예상보다 약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10월 인도분은 지난주 종가보다 4.83달러(4.2%) 내린 배럴당 110.63달러를 기록해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4.31달러 내린 배럴당 109.74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시장에서 10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도 6%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상품중개업체인 MF글로벌사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국제원유 가격은 배럴당 125달러 수준으로 일시 반등했다가 구스타브가 소멸되면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스타브가 큰 피해없이 3등급 정도로 지나가면 원유가격은 105달러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스타브가 관광업과 해운업,농업 등에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미사탕수수연맹(ASCL)은 구스타브가 루이지애나 설탕산업의 중심지인 남부지역을 통과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존 매케인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할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는 대폭 축소됐다.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기조연설 계획은 취소됐다. 매케인은 "위기땐 공화당원이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행동할때"라면서 트레이마크인 '국가 우선'의 애국주의를 발동했다. 그는 예정에 없이 미시시피주 잭슨을 방문해 허리케인 대비상황을 점검했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1일 이후 상황은 결정된 게 없다"면서 "구스타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