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붐'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액션배우 지망생들의 꿈을 담은 '우린 액션배우다'와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공연을 기록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샤인 어 라이트'에 이어 미국 환경영화 '지구'(4일 개봉),판소리 신동들의 이야기 '소리 아이'(18일 개봉)가 줄줄이 상영된다. 이처럼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것은 다큐 장르의 흥행성이 입증됐기 때문.2003년 '영매'(박기복 감독)가 2만명,2004년 '송환'(김동원 감독)이 3만명을 동원했고 2006년 '비상'(임유철) 4만명,2007년 '우리 학교'(김명준)가 10만명을 끌어들였다. 이들 영화의 제작비는 대부분 1억원 안팎에 불과하고 마케팅 비용도 거의 쓰지 않아 관객 1만여명 정도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2004년 할리우드에서 수입한 다큐 영화 '화씨 9/11'은 30만명을 동원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구=영국과 독일이 합작한 환경 다큐멘터리.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봉착한 동물들의 사투를 다뤘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자 먹잇감 부족으로 체중이 절반이나 줄어든 북극곰,먹이를 찾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다니는 혹등고래,물을 찾아 먼 여행길에 나선 코끼리 등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반추시킨다. 40여명의 카메라맨이 26개국 200여곳에서 촬영한 지구촌 곳곳의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동건이 내레이터로,이명세 감독이 내레이션 감독으로 각각 참여했다. 다큐멘터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여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소리 아이=백연아 감독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판소리의 길을 걷는 두 소년의 성장과 꿈,열정과 고민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주목받지 못하는 판소리계에서 꿈을 향해 묵묵히 전진하는 소년들을 통해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5월 미국 독립영화제인 시러큐스국제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린 액션배우다=저우싱츠(周星馳)처럼 액션과 연출을 병행하는 감독(정병길)이 자신과 함께 액션스쿨에 들어온 동기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TV에서 죽는 장면이 나오면 조카는 "삼촌 죽지 마"를 외치고,엄마는 "야,너 죽는 장면 나온다"며 반긴다. 5명의 등장인물 중 감독을 제외한 4명이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액션배우의 꿈은 가슴 속에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올 전주영화제 최고인기상과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샤인 어 라이트=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음악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롤링스톤스의 활약상이나 멤버들의 개인사보다는 지난해 뉴욕 비콘극장 공연을 집중 조명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공연 장면을 세세하게 담아냈고 롤링스톤스 멤버들의 과거 인터뷰 영상을 중간중간에 끼워 넣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은 멤버들의 모습에는 롤링스톤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