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價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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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해서 샀다간…" 우려 커지는 '승자의 저주'
두산 금호 STX 등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최근 들어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M&A 시장에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기업을 사들였다가는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의 인수 전략도 '신중 모드'로 바뀌는 양상이다. ◆"그 가격에는 못 산다"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총괄하고 있는 이수호 부사장(CFO)은 "최고의 가격이 아니라 최선의 가격을 써 내는 데 주력하겠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7조~8조원은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와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다른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도 "8조원은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라며 "그 값을 주고 살 바에는 차라리 다른 기업이 먹고 다시 토해 내는 걸 기다리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유시왕 부사장도 시장에서 언급되는 가격이 비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유 부사장은 "앞뒤 안 재고 무리한 가격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몸값 떨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최근 들어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의 유동성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몸값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다. 작년 말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한 두산,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집어삼킨 금호그룹 등은 증시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시장 가치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5월 말 주당 4만6000원 선을 유지하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이달 들어 3만원대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이로 인해 9조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도 6조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내놓은 지분(50.3%)의 액면가격이 3조원 선으로 하락한 셈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M&A 대출 억제 방침도 인수가격 예상치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기업들이 지나친 베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때 10조원까지 거론되던 인수 가격을 6조원 이하로 점치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두산 금호 STX 등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최근 들어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M&A 시장에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기업을 사들였다가는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의 인수 전략도 '신중 모드'로 바뀌는 양상이다. ◆"그 가격에는 못 산다"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총괄하고 있는 이수호 부사장(CFO)은 "최고의 가격이 아니라 최선의 가격을 써 내는 데 주력하겠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7조~8조원은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와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다른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도 "8조원은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라며 "그 값을 주고 살 바에는 차라리 다른 기업이 먹고 다시 토해 내는 걸 기다리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유시왕 부사장도 시장에서 언급되는 가격이 비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유 부사장은 "앞뒤 안 재고 무리한 가격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몸값 떨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최근 들어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의 유동성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몸값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다. 작년 말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한 두산,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집어삼킨 금호그룹 등은 증시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시장 가치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5월 말 주당 4만6000원 선을 유지하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이달 들어 3만원대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이로 인해 9조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도 6조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내놓은 지분(50.3%)의 액면가격이 3조원 선으로 하락한 셈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M&A 대출 억제 방침도 인수가격 예상치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기업들이 지나친 베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때 10조원까지 거론되던 인수 가격을 6조원 이하로 점치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