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中企 경쟁력 가업 승계로

며칠 전 중소기업회관에서 가업을 성공적으로 승계한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대 승계자부터 4대를 준비하는 예비 승계자까지,나이도 30대부터 60대까지 하는 일은 달랐지만 가업 승계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날 모임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매주 금요일 본지(2008년 2월부터) '대를 잇는 가업'면에 연재된 기업들에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뜻깊은 자리였다. 진미식품,신광바둑,고령기와,매표화학,송림제화,신성금고제작소,안성주물,엄태창기타,아동산업 대표들이 이날 참석한 면면들.나름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가업을 승계한 중소기업들이다.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중소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한 한 참석자는 승계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정부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부동산에 투자해라.기업 사냥해 사세를 키워라' 등 주위의 유혹을 뿌리치며 가업을 이어왔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가업 승계자들은 창업 기업에는 세금감면 등 각종 지원을 퍼주면서 정작 가업을 승계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먹고 살만 한데…"라며 홀대해 온 정부에 불만을 표했다. 그동안 가업승계 중소기업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아도 정부는 할 말이 없을 게다. 가업승계를 통한 '부의 대물림'은 안 된다며 오히려 가업승계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상속ㆍ증여세는 1999년부터 OECD 회원국 중 최고세율인 50%를 줄곧 적용해 왔고 지난해까지 '5년 이상'이던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을 올해 '15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게다가 비상장 주식의 물납인정도 없앴다. 이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인들은 가업을 승계하려다 세금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고 가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함으로써 일본은 100년 이상 된 중소기업을 5만개 이상 육성했고,독일은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한 제품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500개 넘게 키워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이처럼 가업승계 중소기업들이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자 선진국들은 앞다퉈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 스웨덴 캐나다 포르투갈 뉴질랜드 등은 아예 상속ㆍ증여세를 폐지했고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올해 안에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정부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로 지난 1일 상속ㆍ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상속재산 30억원 초과 시 50%인 상속ㆍ증여세율을 내년에 34%,2010년부터 33%로 낮췄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20%(공제한도 30억원)에서 40%(공제한도 100억원)로 높였다. 또 15년인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도 중소기업 평균업력(11.4년)을 감안해 12년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줄어들긴 했지만 세금부담은 여전하다는 것.이왕에 고용 등 일정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매년 10%씩 감면,10년 후 전액 면제하는 독일식 가업승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가업승계자가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가 싶다.

이계주 과학벤처중기부 차장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