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력한 구심점 없어 '추진력' 잃어

최근 삼성 경영의 난기류는 지난 6월 말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온 것이다. 과거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의 경영시스템은 회장 30%,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30%,계열사 사장이 40%를 책임지는 형태"라고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한 계열사 사장들이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몫 60%까지 가져가야 하는데,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장단 협의회에 정보와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40여명에 이르는 계열사 사장단은 하나같이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물들.하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과 정보를 전체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모으기에는 회의 형식과 지원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사장단협의회의 전신인 '수요 사장단회의'의 분위기도 요즘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초청강연을 듣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계열사 경영정보를 종합적으로 꿰고 있던 전략기획실이 회의를 주재했고 이건희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고급 정보들도 많이 제공됐다. 논의의 응집력과 전파력이 셀 수밖에 없었고 '정보 수집-분석-경영체제로의 피드백'이라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결국 계열사 최고경영자의 집합체로는 과거 삼성이 보여주었던 신속하고도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지난 2개월간 사장단협의회를 지켜본 이들의 진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