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비상사태 선포‥정부 "군ㆍ경 투입 시위대 강제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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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수도 방콕에 2일 오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방콕시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직후 436개 각급 학교에 대해 사흘간 휴교령을 내렸다. 외교통상부는 태국으로의 여행 주의경보를 지금의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높였다.
사막 순다라벳 총리는 이날 국영 TV방송을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정부 청사를 점거,농성 중인 반정부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군경을 동원해 강제해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막 총리는 정부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자들 간 충돌로 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며 질서유지를 위해 군병력을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비상사태 선포로 5인 이상 집회는 금지된다. 방콕에 비상사태가 내려지기는 2006년 9월19일 당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쿠데타설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2년 만이다. 또 지난 5월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사막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지 101일,정부 청사를 점거한 지 8일 만에 내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PAD 지도부는 해산을 거부하고 지지자들에게 공항을 또 점거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방콕으로부터 남쪽으로 700여㎞ 떨어진 핫야이 국제공항이 반정부 시위대의 점거 농성으로 또다시 폐쇄됐다. 태국에서는 지난달 29일 핫야이와 푸껫 국제공항 등 3개 공항이 시위대에 의해 일시 폐쇄된바 있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 20만명에 이르는 태국 최대 공기업노조가 사막 총리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3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태국 정국은 지난 5월 이후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또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사막 총리가 총재를 겸하고 있는 집권 정당연합의 중심당인 국민의힘(PPP)의 해체를 헌법재판소(헌재)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태국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자 쿠데타설도 확산되고 있지만 태국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진다 육군 참모총장은 "군의 개입은 정치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쿠데타 소문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부청사에서 농성 중인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해산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사막 총리와 시각차를 보였다.
이날 비상사태 선포로 태국 증시의 SET지수는 2.33% 떨어진 659.51까지 밀려 2월1일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5월25일 이후 980억바트(28억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트화 가치도 이날 0.6% 이상 떨어지면서 달러당 34.49바트 선에 거래돼 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이날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환시장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폭력사태가 심화되면 태국의 신용평가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