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캄보디아 투자 과열주의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는 올 들어 부쩍 교통체증이 잦다. 명동격인 중심가 노르돔 거리에는 퇴근시간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뒤엉킨다.

고급 외제 승용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곳으로 진출하는 해외기업들이 늘면서 달러가 대거 유입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유입되는 달러의 최대 공급원은 한국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상반기에 치러졌던 총선과 관련해 고위층이 해외에 은닉해뒀던 자금을 적지 않게 들여왔다는 말도 있지만,지난해부터 가속화된 한국 기업과 개인들의 부동산 관련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한국사람한테 땅 팔아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실제 프놈펜 도심 톤레 강변의 국제금융센터와 도심에서 약 7㎞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캄코시티'라는 신도시는 모두 한국기업들이 조성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제2의 베트남'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훈센 총리의 강력한 추진력을 배경으로 정부 차원에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공동으로 내년 말 증권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며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석유ㆍ철광석ㆍ바이오 원료 등의 자원개발사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묻지마'식 해외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프놈펜 땅값을 세 배 가까이 올려놓은 주인공은 한국인들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법적으로 외국인 소유가 금지돼 있는데도 땅값이 오를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으로 부동산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는 한국기업과 개인들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똑같은 프로젝트를 수주하려고 국내 기업들 간 '제살 깎기'식 경쟁이 벌어지는 사례도 있다. 한국기업에 캄보디아는 분명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태국과 베트남 경제에 종속된 이 나라에 대해 보다 철저한 분석과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에 나와 있는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이곳에 '먹거리'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친구가 가니까 나도 따라간다'식의 진출은 더 이상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증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