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피하는 사장님 vs 반기는 사장님

신뢰받는 기업의 조건
박재림 지음│좋은책만들기│224쪽│1만1000원


미국의 비상장 소프트웨어 업체인 SAS인스티튜트에는 별도의 병가(病暇) 제도가 없다. 몸이 아프면 그냥 쉬면 된다. 자녀가 아플 때에도 마찬가지다. 개인에 대한 실적 평가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포천> 100대 기업에 2년 연속 포함됐다. 회사는 직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대신 직원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상호 신뢰관계 덕분이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은 공통적으로 회사와 직원 사이의 신뢰가 두텁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는 이런 사례들이 숱하다. 직원들의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GFT(공정성 보장 제도)를 시행하는 페덱스,잘한 사람을 충분히 인정하는 매리언랩스,직원들의 합리적 판단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노드스트롬….

한국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적인 인사 컨설팅기업 타워 스페린이 지난해 18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의 회사에 대한 몰입도는 8%로 세계 평균(2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저자는 한국 일터 문화의 문제점으로 소통이 어렵고,과정과 절차가 등한시되며,가벼운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몰염치 의식이 팽배하고,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 수상 기업들이 보여 주는 특징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경영진이 스스로 약속을 잘 지키고 직원을 존중하며 직원 가족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저자는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직원은 한결같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경영진을 신뢰한다"며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바로 '신뢰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려면 신뢰와 가치를 두 개의 축으로 나눈 사분면 가운데 신뢰와 가치 수준이 모두 높은 '그린 존'의 일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변화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