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샌디스크 인수 검토

몸값 3조원… 성사땐 원천기술 대거 확보
낸드플래시 2위 도시바 견제용 '빅 카드'
몸값 3조원…성사땐 원천기술 대거 확보

낸드플래시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카드 세계 1위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회사로 특허료 수입이 매출(39억달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메모리카드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휴대용 저장장치로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다.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에 연간 4000억원가량 지불하는 특허료를 '인하우스'로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래시메모리 분야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견제 위한 포석

삼성전자는 5일 조회공시를 통해 "샌디스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시의 특성상 '검토'라는 표현은 사실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부문 2위인 도시바를 견제하기 위해 M&A(인수·합병) 카드를 뽑아들었다고 보고 있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의 합작 파트너다. 두 회사는 2003년부터 일본에 4조9000억원가량을 공동으로 투자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위한 공장 4곳을 건립했다.

올해부터 3년간 10조원을 더 투입,공장 2곳을 추가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총 10조원의 투자가 마무리되면 300인치 웨이퍼를 기준으로 현재 월 20만장 규모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능력이 2012년까지 80만장으로 늘어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도시바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과 도시바의 경쟁관계를 감안할 때 현행 도시바-샌디스크의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원천기술 확보 효과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샌디스크에 플래시 메모리를 독점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샌디스크는 삼성전자 등 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기술 사용료 부담도 덜 수 있다. 샌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 부문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만 860개에 달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매년 40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샌디스크에 지급해 왔다. 따라서 샌디스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샌디스크의 시장 가치는?

샌디스크의 시가 총액은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카드의 수요가 줄어든데다 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한 저장장치인 SSD 사업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만 따질 경우 1조4000억원.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도 3조원 정도면 샌드스크 인수가 가능하다"며 "삼성전자가 매년 7조원가량을 반도체 라인 신설에 투자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비싼 가격은 아니다"고 평했다.

샌디스크 인수의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시바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를 그저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드디스크 분야 선두기업인 시게이트 등이 샌디스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설 노출로 샌디스크의 주가가 오르면 가격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