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9월 위기설'의 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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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또 책임을 져야 하나보다. '9월 위기설' 얘기다. 정부가 위기설 유포의 주범으로 언론을 들먹이고 있어서다.
정 그렇다면 한국경제신문도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 7월 말 '9월 위기설'을 가장 먼저 보도해 시장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 바로 한경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한경은 정부의 잣대로 보면 매우 '불량한 신문'이다. 지난 5월에는 급증하는 단기외채를 문제 삼은 '한국 내달엔 순채무국'이라는 기사로 '공연한 걱정거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7,8월에는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이 악화된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성 기사'를 거의 매일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9월 첫 날 한경의 1면 톱은 정말 가관이었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숫자와 민간경제연구소의 진단을 적당히 버무린 기사는 해외차입이 안돼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이 '묻지마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시장의 불안을 극도로 자극하는 속칭 '마바라'성이 아닌가. 더욱이 이날은 다른 매체들까지 위기설에 뒤늦게 가세하면서 급기야 시장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정부가 제기한 언론 책임론은 대충 이런 얼개다. 펀더멘털은 멀쩡한데 언론들이 자꾸 위기를 외치다보니 시장이 움츠러들었고,정말 위기처럼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하긴 몇몇 못 된 매체의 충동질로 '촛불정국'이라는 심각한 혼란을 겪은 직후이다 보니 '언론 탓'이 먹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장은 길거리의 군중과는 다르다. 설(說)만으로는 근본적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기의 조짐이 없다면 아무리 위기설을 유포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곳이 시장이라는 얘기다.
'9월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위기'는커녕,'위기설'도 터무니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애초 잘못이었다. 정부가 나라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거나 시장의 분위기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9월 위기설'이 제기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에 "말도 안 된다"며 투정만 부렸지 시장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금감원은 상반기 내내 계속된 인사 공백으로 업무가 마비됐고 금감원과 갈라진 금융위는 시장에 밥이 끓는지,죽이 끓는지조차 모르는 조직이 돼버렸다. 시장은 끓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일찌감치 안테나를 접고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문제로 치도곤을 당한 뒤 시장과의 대화를 끊었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업계와 간담회를 갖더니 정작 위기설이 불거진 뒤론 한 차례도 공식 대화를 갖지 않았다. 수장들이 이럴진 대 아래 조직이 제대로 움직였을까.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통'마저 끊었는데 위기설이 해소될 리 있겠는가. 사태가 터진 뒤에야 애널리스트들을 불러 설명회를 갖고,외환 딜러들을 조사한다고 호들갑을 떤 것은 기가 막히긴 해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장이 한 눈을 감아줬으니 말이다.
정부는 언론을 주범으로 몰았지만 시장은 오래 전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답답할 따름이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
정 그렇다면 한국경제신문도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 7월 말 '9월 위기설'을 가장 먼저 보도해 시장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 바로 한경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한경은 정부의 잣대로 보면 매우 '불량한 신문'이다. 지난 5월에는 급증하는 단기외채를 문제 삼은 '한국 내달엔 순채무국'이라는 기사로 '공연한 걱정거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7,8월에는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이 악화된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성 기사'를 거의 매일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9월 첫 날 한경의 1면 톱은 정말 가관이었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숫자와 민간경제연구소의 진단을 적당히 버무린 기사는 해외차입이 안돼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이 '묻지마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시장의 불안을 극도로 자극하는 속칭 '마바라'성이 아닌가. 더욱이 이날은 다른 매체들까지 위기설에 뒤늦게 가세하면서 급기야 시장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정부가 제기한 언론 책임론은 대충 이런 얼개다. 펀더멘털은 멀쩡한데 언론들이 자꾸 위기를 외치다보니 시장이 움츠러들었고,정말 위기처럼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하긴 몇몇 못 된 매체의 충동질로 '촛불정국'이라는 심각한 혼란을 겪은 직후이다 보니 '언론 탓'이 먹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장은 길거리의 군중과는 다르다. 설(說)만으로는 근본적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기의 조짐이 없다면 아무리 위기설을 유포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곳이 시장이라는 얘기다.
'9월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위기'는커녕,'위기설'도 터무니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애초 잘못이었다. 정부가 나라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거나 시장의 분위기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9월 위기설'이 제기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에 "말도 안 된다"며 투정만 부렸지 시장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금감원은 상반기 내내 계속된 인사 공백으로 업무가 마비됐고 금감원과 갈라진 금융위는 시장에 밥이 끓는지,죽이 끓는지조차 모르는 조직이 돼버렸다. 시장은 끓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일찌감치 안테나를 접고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문제로 치도곤을 당한 뒤 시장과의 대화를 끊었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업계와 간담회를 갖더니 정작 위기설이 불거진 뒤론 한 차례도 공식 대화를 갖지 않았다. 수장들이 이럴진 대 아래 조직이 제대로 움직였을까.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통'마저 끊었는데 위기설이 해소될 리 있겠는가. 사태가 터진 뒤에야 애널리스트들을 불러 설명회를 갖고,외환 딜러들을 조사한다고 호들갑을 떤 것은 기가 막히긴 해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장이 한 눈을 감아줬으니 말이다.
정부는 언론을 주범으로 몰았지만 시장은 오래 전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답답할 따름이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