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재건축부지 25% 기부채납하라"

서울시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강변의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에 전체 부지의 4분의 1을 공공용지로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해 비슷한 입지의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비상이 걸렸다. 이는 기존 한강변 아파트들이 판상형으로 너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강경관은 물론 도시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재건축되는 단지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렉스 아파트 조합과 다른 한강변 단지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렉스아파트에 대한 건축심의에서 전체 부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하라고 의결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기부채납비율은 평균 13%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경관이 갖는 공공성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강변 주택단지들이 재건축될 때는 공공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부채납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이를 수용한다 해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렉스아파트의 공시지가는 3.3㎡(1평)당 2500만원 수준이다.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기부채납비율보다 12%가 높은 25%(7735㎡,2340평)를 내놓을 경우 공시지가 기준으로 290억원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게 조합 측 계산이다. 이를 수용하면 서울시는 층고를 36층까지 높여주겠다고 했는데,이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렉스아파트의 이상우 재건축 조합장은 "서울시가 2006년 3월 렉스아파트가 속한 서빙고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확정한 기부채납 비율은 4%에 불과했다"며 "4분의 1을 기부하고 나면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3년 이상 지연되는 것도 문제다. 시는 2006년 6월부터 기부채납을 요구하면서 건축심의 단계에서 렉스아파트의 재건축을 저지하고 있다. 조합 측이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서빙고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자체를 변경하고 설계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기간이 1년 이상 늦어진다. 렉스아파트 재건축이 이렇게 진행되자 주변 한강변 단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이촌동만 해도 렉스아파트와 맞붙은 왕궁아파트 한강맨션 등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또 용산구 원효로 4가 산호아파트,용산구 한남뉴타운,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한강변 대형 단지들도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왕궁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렉스아파트 바로 옆에서 있어 비슷한 기부채납 조건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파트 거주자들이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