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으로 가자] (4) 원전을 수출산업으로 ‥ 원전 10기 수출하면 GDP 3%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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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지구촌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311기의 원전이 신설될 예정이다. 시장 규모는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원전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급증하는 글로벌 원전 수요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원전 확대를 장기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원전을 추진해야 한다"(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원자력이 국가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지난 6월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확대하자고 촉구했다.
원전 추가 건설 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1기의 원전을 건설키로 했다. 최근 방한한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TMI) 원전 2호기에서 원자로 용융(鎔融)사고가 일어난 뒤 30년간 신설을 중단했던 미국도 향후 2년간 27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인도와 러시아도 각각 16기,17기의 원전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원전 확대 정책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대용량의 전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화석연료 고갈과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CO₂ 배출증가율 1위인 한국도 효과적으로 CO₂를 감축하려면 원전 비중을 늘리는 방법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지식경제부가 2030년까지 11기를 짓고 원전 비중을 36%에서 59%(발전량 기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수출산업 전환 모색해야
상업용 원전 1기의 건설비용은 최소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원전 10기 수출액은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3%를 차지하는 규모다. 상용 원전 20기를 보유한 한국은 설비 규모에서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독일에 이어 세계 6위다. 최근 10년간 경수로를 건설해본 나라는 한국 일본 프랑스 3개국에 불과하다. 운전 정지율도 미국 프랑스보다 현저히 낮아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능력을 갖고 있다. 미국 프랑스가 짓는 원전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갖춰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원자력연구원 하재주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원전 일괄수출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기술 수준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원전기술 이전 조건으로 발주되는 사례가 많지만 기술이전 때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 2%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용원전 수출을 위해 '국내 원전 비중 확대→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 향상→원전 수출→원전 기술개발 확대→원전 안전성 제고→국민 수용성 증대→원전 비중 확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원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며,원전비중 확대에 쓰일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용 원전 이외에 중소형 원자로 수출도 가능하다. IAEA는 향후 중소형 원자로 시장규모를 350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스마트(SMART) 수출에 성공하면 세계 시장의 약 10%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분수령 될 터키 원전 입찰원전 수출에는 선결 과제들이 적지 않다. 상용원전 원천기술 사용권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형 원전의 기술성ㆍ경제성ㆍ운영기술은 경쟁노형인 AP-1000(미국 웨스팅하우스),EPR-1600(프랑스 아레바)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국가로 수출할 때엔 웨스팅하우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초 중국 국가핵전기술공사가 3세대 원전 플랜트 기술 도입처로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한 것도 기술이전이라는 반대급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전 관련업체들이 설계,기자재 제작,핵연료,시공,유지ㆍ보수 등으로 세분화돼 해외 진출 때 경쟁국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무 중복이나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마케팅도 어렵다.
오는 24일 최종 입찰서를 받는 터키 원전은 한국 원전 수출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 5월16일 터키의 엔카(ENKA)그룹과 500㎿급 원전 건설을 공동 수주하기 위해 공동개발 협정(JDA)을 체결한 바 있다. 터키는 2015년까지 5000㎿ 규모로 원전을 짓기로 하고 오는 12월께 수주 업체를 결정할 방침이다. 웨스팅하우스,아레바 등 국제적인 원전 업체들은 IPP방식(수주 업체가 투자해 짓고 60년간 소유ㆍ운영하면서 전력요금으로 투자비를 회수)에 부담을 느끼고 불참,원전 첫 수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