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갈 물려진 중국 증시

"원자바오 총리님,지진 재난을 극복한 것처럼 증시도 구해주세요.", "중국의 투자자들이 모두 병들어간다." 10일 중국 포털인 신랑의 증권 페이지에 올라온 투자자들의 글이다. 평소와 다른 점은 표현이 매우 온건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 증시 1000 붕괴 임박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전날 포털사이트에 악성 댓글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게 효과를 본 듯 싶었다.

중국 정부는 증시와 관련된 비관적 전망이나,근거없는 루머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소식 중 일부는 자극적인 제목이나 막연한 소문을 바탕으로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주가가 폭락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루머마저 판친다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시장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정부의 뜻을 시장참여자들에게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앞서 펀드매니저들과 증권사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앞으로 주가가 얼마만큼 더 떨어질 것이라는 둥,주식 매물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는 둥 추정을 근거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보고서를 금지시켰다.

펀드매니저와 증권사에 이어 네티즌까지 차례로 입을 봉하도록 했지만 상하이 증시는 올라갈 기미가 없다. 시장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증시에 대한 비판을 차단해 왜곡된 정보만이 유통된다면 그 또한 만만찮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주가 폭락으로 민심이 우려할 만큼 동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도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하는 것인지 중국 정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이 정부의 말 한마디로 움직이고,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