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종교 인정 안하는 '미숙한 신앙'이 문제"
입력
수정
'개혁을 위한…'종교갈등 해소 토론
'종교인 모임' 268명도 대화합 촉구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한 불교계의 대정부 비판이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종교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공직자의 종교 차별이나 종교 자유 침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상호 대화를 통한 종교계의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및 공동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는 1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제2배움터에서 '공직자의 종교행위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서강대 교수)는 "자기 종교 외의 모든 종교를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간주하는 종교 근본주의가 문제"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필요한 경우 종교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써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공직자에 의한 종교편향 사례를 정리한 뒤 "공직사회 곳곳에 만연한 특정 종교인들의 패거리 문화를 제거하지 않고는 사회갈등을 잠재울 수 없다"며 "공직자의 종교행위로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사적인 공간에서 종교에 관한 타인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정도가 한계"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논찬자로 나선 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생활신앙실천운동본부장)는 박 대표의 발제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한국 교회는 근본주의적 신앙이 문제가 아니라 미숙한 신앙이 문제"라며 "공직자의 종교행위에 대한 법제화는 자칫 더 큰 자유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 복무 규정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교 차별의 모든 문제가 기독교(개신교)에 있다고 보는 관점은 너무 편향적인 자세"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또다른 논찬자인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기독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도화된 종교편향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그는 "종교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사회적·문화적·종교적 맥락에 대한 비판적 점검을 통해 논의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종교 간 대화와 소통 확대,시민사회 운동기구 간 논의,연구자 간 담화 공동체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조욱종 신부(우리신학연구소 이사)도 논찬에서 "개신교가 자기반성에 기초해 스스로 궤도 수정을 하지 않는 한 불교와의 대화는 힘들 것"이라며 "지금의 종교 차별 갈등 양상은 개신교가 만든 문제이므로 개신교의 전 교파가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소속의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인 268명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 운동 당시 선배들이 보여준 종교인들 간의 화해와 협력 정신을 높이 기리며 이웃 종교의 신앙적 입장을 서로 존중하고 종교인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개인의 종교적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종교를 주창하는 일은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전날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불교계 간담회에서 "앞으로 호법 모임 또는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모임이 필요하다"며 종교인들의 공동노력을 통한 갈등 해소와 화합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종교인 모임' 268명도 대화합 촉구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한 불교계의 대정부 비판이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종교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공직자의 종교 차별이나 종교 자유 침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상호 대화를 통한 종교계의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및 공동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는 1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제2배움터에서 '공직자의 종교행위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서강대 교수)는 "자기 종교 외의 모든 종교를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간주하는 종교 근본주의가 문제"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필요한 경우 종교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써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공직자에 의한 종교편향 사례를 정리한 뒤 "공직사회 곳곳에 만연한 특정 종교인들의 패거리 문화를 제거하지 않고는 사회갈등을 잠재울 수 없다"며 "공직자의 종교행위로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사적인 공간에서 종교에 관한 타인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정도가 한계"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논찬자로 나선 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생활신앙실천운동본부장)는 박 대표의 발제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한국 교회는 근본주의적 신앙이 문제가 아니라 미숙한 신앙이 문제"라며 "공직자의 종교행위에 대한 법제화는 자칫 더 큰 자유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 복무 규정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교 차별의 모든 문제가 기독교(개신교)에 있다고 보는 관점은 너무 편향적인 자세"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또다른 논찬자인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기독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도화된 종교편향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그는 "종교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사회적·문화적·종교적 맥락에 대한 비판적 점검을 통해 논의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종교 간 대화와 소통 확대,시민사회 운동기구 간 논의,연구자 간 담화 공동체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조욱종 신부(우리신학연구소 이사)도 논찬에서 "개신교가 자기반성에 기초해 스스로 궤도 수정을 하지 않는 한 불교와의 대화는 힘들 것"이라며 "지금의 종교 차별 갈등 양상은 개신교가 만든 문제이므로 개신교의 전 교파가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소속의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인 268명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 운동 당시 선배들이 보여준 종교인들 간의 화해와 협력 정신을 높이 기리며 이웃 종교의 신앙적 입장을 서로 존중하고 종교인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개인의 종교적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종교를 주창하는 일은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전날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불교계 간담회에서 "앞으로 호법 모임 또는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모임이 필요하다"며 종교인들의 공동노력을 통한 갈등 해소와 화합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