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의도의 심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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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의 연속'이었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였다. 한편의 질 낮은 심야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
미스터리는 추경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되던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민생고를 덜어주겠다'며 장황하게 추경의 필요성을 설파했지만 정작 추경안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민생'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며 주주 및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나눠주며 한바탕 파티를 벌였던 한국전력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4조9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추경안 중 1조2500억원을 밀어주겠다는 뻔뻔함이었다. 나머지에서 또 1조2000여억원은 수십개의 도로와 복선전철을 놓는 데 배정되면서 서민 유류비 지원 등 순수 민생관련 예산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민생고를 전면에 내세운 경기부양용 추경안이었던 것이다. 추경안이 국회 예산결산특위를 통과하기 직전에 수정안을 낸 민주당의 진의도 미스터리다. 새로운 내용을 예산안에 반영하려면 관계부처와 해당 상임위의 의견을 구해야 하는 만큼 최소 2,3일의 시간이 걸림에도 민주당은 2조원에 달하는 추가 증액 요구를 갑자기 들고나왔다. 서민 관련 지원책을 추경안에 포함시키려 했다지만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난 석 달 동안 아무말도 없다가 주요 쟁점이 타결된 이후 마지막에 가서야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아무리봐도 '지연전술'에 불과하다.
미스터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172석의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도 의결 정족수 문제로 추경안을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한나라당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연휴를 앞두고 조기 귀향해 소위에서 강행처리한 추경안의 처리를 완결짓지 못하는 파행의 주역이 됐다. 사상 초유의 '추경안 단독처리'라는 오만에 이 같은 무책임이 더해져 '경제를 살려달라'며 다수 의석을 밀어줬던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진 우리 국민들이 마음 속에 품게 될 마지막 미스터리는 아마도 '이런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우리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일 것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미스터리는 추경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되던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민생고를 덜어주겠다'며 장황하게 추경의 필요성을 설파했지만 정작 추경안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민생'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며 주주 및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나눠주며 한바탕 파티를 벌였던 한국전력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4조9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추경안 중 1조2500억원을 밀어주겠다는 뻔뻔함이었다. 나머지에서 또 1조2000여억원은 수십개의 도로와 복선전철을 놓는 데 배정되면서 서민 유류비 지원 등 순수 민생관련 예산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민생고를 전면에 내세운 경기부양용 추경안이었던 것이다. 추경안이 국회 예산결산특위를 통과하기 직전에 수정안을 낸 민주당의 진의도 미스터리다. 새로운 내용을 예산안에 반영하려면 관계부처와 해당 상임위의 의견을 구해야 하는 만큼 최소 2,3일의 시간이 걸림에도 민주당은 2조원에 달하는 추가 증액 요구를 갑자기 들고나왔다. 서민 관련 지원책을 추경안에 포함시키려 했다지만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난 석 달 동안 아무말도 없다가 주요 쟁점이 타결된 이후 마지막에 가서야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아무리봐도 '지연전술'에 불과하다.
미스터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172석의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도 의결 정족수 문제로 추경안을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한나라당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연휴를 앞두고 조기 귀향해 소위에서 강행처리한 추경안의 처리를 완결짓지 못하는 파행의 주역이 됐다. 사상 초유의 '추경안 단독처리'라는 오만에 이 같은 무책임이 더해져 '경제를 살려달라'며 다수 의석을 밀어줬던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진 우리 국민들이 마음 속에 품게 될 마지막 미스터리는 아마도 '이런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우리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일 것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