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3연승, 이유있는 '돌풍'...신지애와 공동연습 '극약처방' 효험

신지애와 공동연습 '극약처방' 효험
서희경(22·하이트·사진)의 기세가 무섭다. 서희경은 13일 중국 상하이 빈하이CC(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빈하이레이디스오픈에서 3라운드 합계 9언더파 207타(70·66·71)로 정상에 올랐다. 하이원컵 SBS채리티오픈,KB스타투어 3차대회에 이어 '3개대회 연속 우승'이다. KLPGA에서 3주 연속 우승은 1996년 박세리,1997년 김미현에 이어 서희경이 세 번째다. 서희경은 "시즌 초반 목표로 세웠던 3승을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달성하게 되면서 목표를 5승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프로 4년차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국가상비군 출신으로 2005년 프로가 된 서희경은 2006년 1부투어에 들어왔다. 올 상반기까지 최고성적은 3위.우승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마지막날 무너지곤 했다. 지난 6월 롯데마트컵에서도 둘째날 3위였다가 마지막날 4위로 떨어졌다. 그때 주변에서 "너는 뒷심부족을 푸는 것이 숙제"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자신도 '이러다가 우승 한번 못하고 프로생활 마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스쳤다. 더욱 스폰서인 하이트와 3년 계약이 올해로 끝이었으므로 그 나름대로 절박한 상황도 있었다. 서희경은 그런 자책감과 나이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보고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이트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여름에 뭔가 깨친 듯하다"고 전한다. 시즌 전반기 종료후 약 열흘간 신지애와 함께 훈련을 할 기회를 가진 것도 실력 향상의 계기가 됐다. 프로 4년차인데도 우승소식을 전하지 못하자 언니가 극약처방으로 공동 연습을 주선한 것.그 때 서희경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국내 1인자' 신지애가 밤늦도록 볼을 치는 등 자신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아닌가. '적수가 없는 신지애가 나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다니….' 서희경은 정신이 확 들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이 같은 연습과 심리적으로 한 단계 성숙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그것은 플레이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3개 대회 9라운드 가운데 한 라운드만 2위였을 뿐 8라운드는 '리더 보드' 맨 윗자리에 그 이름이 있었던 것.특히 다른 선수들은 신지애와 함께 플레이하면 주눅이 들곤 했으나 서희경은 '연습 파트너'로 생각하고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도 잇따라 우승을 낚아챌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3주 연속 우승 비결은 자신감이다. 실수를 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도 당황하거나 급한 마음이 없어지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 빈하이대회 우승인터뷰때 한 말속에 자신감이 배어난다.

하이원컵을 빼고 서희경이 우승하는 동안 신지애는 일본의 두 대회에 나가 모두 2위를 차지했다. 현재 KLPGA 상금랭킹은 신지애가 1위(약 4억2000만원),서희경이 2위(약 3억4000만원).두 선수는 19일 개막되는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과 24일 열리는 신세계배 KLPGA 선수권대회에서 맞붙는다. 물오른 서희경이 신지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간판스타가 될지 여부는 두 대회에서 결정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