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당신의 집은 괜찮습니까

최근 가계신용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현재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660조3000억원이다. 이는 1997년 말 이후 무려 450조원이 증가한 수치이며,이를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가계부채는 약 4000만원이다. 하지만 전체 가계의 절반이 넘는 차입가계의 평균 부채는 중산층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는 8300만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국내 가계들이 외환위기 이후 초저금리 아래서 자신의 주택을 구입할 때 상당부분 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거나,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회사 차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물가는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반면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거치기간이 끝나기 시작하면서 원금에 대한 상환부담도 가세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가계의 30% 정도가 적자 살림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더군다나 우리 가계의 재무구조는 유동성 면에서 심각한 자산ㆍ부채의 불일치(mis-match) 현상에 노출돼 있다. 대부분의 가계부채는 만기가 한정되거나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 금융부채이지만 자산은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이 극히 떨어지는 주택 등의 실물자산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만일 주택가격 하락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가계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의 상환을 위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매각하거나,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유난히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의 경우 꼼짝없이 개인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이미 개인파산 신청 규모가 15만명을 넘어섰고,금년 들어서만 7월까지 신청자가 무려 7만2000명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 가계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한 생활 영위를 위해 가계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가계경제가 건강해야 국가경제가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위험에 처한 국내 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은 불필요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고 인력이나 물자 등의 비용을 줄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런 아픔 덕분에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이젠 웬만한 충격도 흡수하면서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가계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먼저 가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자신의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생활에 불필요한 부동산을 처분하고,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금융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만일 큰 집이 재산의 전부라면 노후생활을 대비해 기회 있을 때 적당한 크기의 주택으로 옮기는 전략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자금으로 악성부채나 불필요한 대출을 우선 정리하고,노후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금융자산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소비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소비생활이 지나치다면 빚을 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즐겼던 소비생활도 점검해 불필요한 지출은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특히 신용 과소비에 유의하고,항상 제때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금융생활 습성을 길러 과잉채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체크리스트 작성 등 개인 스스로 경보체계를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보다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추구하려면 지금이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행동을 취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