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위기 월街…세계경제 패닉] 외평채 연내 발행 불투명

産銀ㆍ가스公도 달러 조달 연기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AIG의 구제금융 요청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신용위험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의 신용위험 역시 하룻밤 새 20bp(베이스포인트,1bp=0.01%포인트) 이상 폭등해 외화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20bp 이상 높아졌다. 정부는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경색이 다소 완화될 때까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과 공기업의 외화 차입을 미루기로 했다. 16일 국제금융센터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뉴욕 금융시장에서 5년 만기 외평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58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말 135bp에 비해 23bp 뛴 것이다.

5년 만기 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이 150bp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하루 만에 한국물의 CDS 프리미엄이 20bp 이상 급등한 것도 처음이다.

CDS 프리미엄이 뛴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그만큼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채권 발행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은행의 파생상품 딜러는 "CDS 프리미엄을 기초로 외평채의 미국 국채(TB) 대비 가산금리를 따지면 추석연휴 전에는 200∼210bp 정도로 파악되지만 이제는 230bp 안팎으로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도 하루 사이에 23bp가량 높아져 213bp까지 치솟았다. 수출입은행의 CDS 프리미엄이 200bp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DS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한 수출입은행의 외화차입 가산금리는 300bp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CDS 프리미엄이 폭등한 것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메릴린치 매각,AIG 자금 수혈 요청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위험자산 기피에 따른 불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로 튀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15일 40bp 이상 떨어졌으며 아시아 지역 CDS 프리미엄은 20∼30bp 치솟았다.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 비용도 급증,유럽 지역 125개 기업의 부도 위험을 수치화한 마킷 아이트랙스(Markit iTraxx) 유럽지수는 128.5bp로 12일보다 25.5bp 높아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 가깝다"며 당분간 외평채 발행을 시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투자설명회 등의 물리적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외평채의 올해 내 발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도 이달 중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계획했지만 뒤로 미뤘으며 가스공사의 5억달러 조달계획도 연기됐다. 한국전력도 당분간 해외 차입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용어풀이]

◆외평채(foreign exchange stabilization bond)=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줄여 부르는 말로 정부가 외화자금의 수급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국고채처럼 국가 채무이므로 발행한도는 국회 동의를 받아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면 외평채로 조달한 돈(달러)으로 시장에서 원화를 사들인다. 사들인 원화는 원화기금계정에서,남은 달러는 외화기금계정에서 각각 관리한다.